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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토요시, 운치 있는 조용한 동네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4. 8. 2. 19:56
구마모토 공항에 내려 차를 렌트하고 아소 산 구경을 한 뒤에 약 한시간 정도 남쪽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자그마한 도시. 이름도 낯선 히토요시. 도착 전날 비가 많이 오고, 도착 당일에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도시를 관통하는 강물은 많이 불어나있었다.히토요시 동네를 낮에도, 밤에도 걸어봤는데 정말 할 일은 없다. 가게들도 꽤나 일찍 문을 닫는 편이고, 시내 중심부에 가더라도 구경거리나 놀거리, 무엇보다도 마실거리 찾기가 어렵다.하지만 이 도시의 백미는 여느 일본 도시에서 하듯 일본 음식과 술을 즐기는데 몰두하지 않는데 있다. 물이 좋으니 온천이 유명하고, 또 술이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서 샘솟는 좋은 물을 마시고, 담구고.. 물로는 꽉찬 코스가 마련되어있다. 나는 센겟츠라는 주조에 방문해서 술도 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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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24, 집은 또다른 지옥이다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7. 24. 18:28
나는 집을 좋아한다. 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가장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사이 집은 내게 가장 불편한 곳이 되었다. 집에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불편하다. 얼마 전, 와이프에게 내가 숨기고 있던 일 하나를 들켰다.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대처도 미숙했다. 와이프는 나에게 큰 실망을 했고, 아직 마음을 풀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명백한 나의 잘못이기에 억울하지도 않다. 잘못을 뉘우치고, 와이프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조금 억울한 감이라도 있으면 항변이라도 하겠는데, 그럴 수 있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이번 일로 와이프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도 참으로 슬프고 스스로에기 답답해지는 구석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자책만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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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10,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기온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7. 10. 22:26
4개월 조금 넘게 기다리면 난 아빠가 된다. 실감이 나거나 마음이 무거워진다거나 진중해지거나 등등 내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모습이 내게 드러나진 않는다. 막상 아이가 실제로 나오면 좀 달라지겠지. 와이프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누굴 닮았을지, 어떤 성격일지, 속 썩이면 어떡해야할지가 주된 주제다. 나와 와이프 사이에서 나온 아이라면 무던하게 착한 아이일 것 같은데, 내가 싫어하는 내 성격을 닮진 않기를 기원할 뿐. 연일 이어지는 무더운 날에 배가 불러오는 와이프를 보면 한참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더위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내 피로가 먼저 신경쓰인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건, 내려가지 않는 기온처럼 나의 마음 속 온도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점. 조금이나마 스트레스 내성이 강해진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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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22, 다른 입장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5. 23. 19:13
난 비교적 유복하게 살아왔다. 용돈 끊길 걱정이나 학비 걱정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고, 인생에 큰 굴곡도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의 특징 중 이기적이라는 점도 있는걸 알지만, 알고 있기에 더욱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유독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수록 내가 직접적인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내 천성과도 같은 (의도적인) 배려를 접어두고 내 입장만을 주장해봤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내 지레짐작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본인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산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입장, 다른 사람을 헤아린다는건 분명 괜찮은 일일테지만, 그렇게만 살아서는 내가 극심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일들은 앞으로의 내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나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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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2, 떨어지지 않는 감기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5. 12. 18:19
이상하게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함께한지 1달이 되어간다. 비염으로 시작한 감기가 떠나질 않으면서 눈, 코, 입을이 모두 고생이다. 타고난 몸 덕에 봄, 가을에는 비염+감기+몸살 콤비로 한 달 가량을 날려버리곤 하는데, 이럴때면 늘 몸 상태가 감정 기복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된다. 몸이 좋아야 감정도, 생각도 모두 좋아지는데.. 감기가 떠나주지 않으니 틱틱거리려는 태도를 감추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평소 몸 상태가 좋을 때의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조증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방방 뛰는 일상을 보내곤한다. 일년에 두 달. 봄, 가을에 한번씩 겪어야 하는 다운되는 기간을 버텨내기 위한 천성도 같이 탑재된 것 같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이 지긋지긋한 감기가 얼른 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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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30, 욕심과의 싸움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4. 30. 09:39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태반이 놀고먹는데 집중되어 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할 만한 기반도 얼추 조성되어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지불해야했던 비용들과 져야했던 의무들을 생각해보면 쉽사리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처음엔 억울한 감정에 답답하더라도 결국 내가 서있는 위치에 오기까지 모두 영향을 미친 일들이기에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욕심과 싸우는 나날들이 이어지는데, 앞으로는 그런 날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아직 철 없이 놀고먹는걸 더 좋아하는데 이걸 어찌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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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3. 18, 조바심 조심조심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3. 18. 17:48
가족 구성원으로 새로 찾아올 아이의 심장 박동을 들은 이후로 나의 시간은 벅차게 흘러간다. 기대가 커지는만큼 걱정도 많아지고 있는데, 상투적이지만 부디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가장 먼저 바라고 있다. 태명을 정하고,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고, 사진을 다시 한번 찾아보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이 현실을 붙잡고 있다보면, 머리 속에서는 도파민이 샘솟는다. 그동안 나를 지켜준 많은 행운들이 잠시 나를 빗겨가더라도 나의 아이에게 모든 행운을 몰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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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3. 05, 소식을 앞두고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3. 5. 11:02
저는 괜찮게 지내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가족 구성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고요. 건강은 나날이 불어가는 배와 몸무게만 빼면 크게 나쁜 곳도 없습니다. 회사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조금 똑똑해져 보려고 이런저런 강의도 신청했는데, 막상 잘 듣진 않습니다. 자기 의지력에 대한 과대평가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그리고 유독 흰머리가 많이 나고 있어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는데 흰머리라니.. 조금 슬퍼지는 대목입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요즘엔 생각하는 일이 줄었네요. 올려만 봐도 슬프던 하늘에도 이젠 큰 감정의 동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일년 전 이맘때 즈음에 혼자 온 여행에서 웃는 당신을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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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 & Butter Cabernet Sauvignon 2021, 육각형 미드필더해보고 싶은 것들/미식가 흉내내기 2024. 3. 3. 15:01
아마 싫어하는 사람 없을 와인인 것 같다. 바디감/산미/당도/탄닌 밸런스가 좋아 양념이 강한 음식에도 좋고, 간단한 견과류와도 잘 어울린다. 내가 지금보다 소득이 2배 정도 늘어난다면 데일리로 마시기 좋을 것 같은 와인. 무난한 만큼 캐릭터가 강한 모습을 잘 모르겠는데 3.5 ~ 4.0 을 태우기란 쉽지 않은 선택. 모난 구석 없어서 괜찮지만 동일 가격대에서는 투핸즈 쉬라로 가는게 좀 더 느낌있는 선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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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2. 21, 크리티컬 미션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2. 21. 15:08
그동안 회사일에 재미를 느끼는기 위해서는 운명적인 끌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느 곳에서는 재미있고, 어느 곳에서는 재미가 없었던 경험을 하며 내렸던 결론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많은 사람들에게 귀찮고 손 많이 가는 일은 어디서 해도 재미없을 것 같고, 실제로도 내가 그동안 꺼려왔던-의도적으로 피해왔던- 소위 잡일을 하려니 끌림이 있었던 조직이라 생각했던 곳에서도 일하기가 따분하기 그지없다. 말이야 해보지 않은 일을 하니 재미있다고 하지만 이런 일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보니 적은 고민과 실수가 티가 난다. 사원은 대리처럼, 대리는 과장처럼, 과장은 차장처럼, 차장은 부장처럼, 부장은 임원처럼 생각하며 일하라는데 막상 임원들은 이런 잡일에는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