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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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25, 사소한 생각의 전환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5. 4. 25. 13:09
나는 술과 담배 모두 좋아한다. 지금은 둘다 하지않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중 손에 꼽히는 것들이다.건강상의 이유로 둘 다 단번에 끊어버린 이후로, 내 안에서는 울분이 가득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것들을 이 랜덤한 확률에 걸린 것만으로 포기해야한다니.그렇게 두 달 정도를 혼자 씩씩대며 살았는데, 문득 생각을 바꿨다. 계기도 없다. 그냥 바꿨다.거꾸로 보면, 술과 담배 모두 하지 않는 지금이 어릴때 날씬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야식도 줄이고 있다.책임감있는 태도라는 생각이 드니 울분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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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21, 불안한건 숨기기 어려워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5. 2. 21. 14:12
다음주 월요일.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에겐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대학교 1학년 이후로 망령같이 달라붙어 나를 잠식한 질병과의 사투가 어땠는지 결과를 듣는 날.9년 전이었던가.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던 날엔 세상이 무너졌었다. 그렇지만 나보다 당황한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어디가서 울 수도 없었고, 그저 잠시 내려놓자는 생각만 강하게 들어 무작정 쉬어봤었다. 쉬는 기간동안 적지 않은 재미난 경험들을 따로 채웠고, 그 뒤로는 큰 문제없이 내면이 강해졌다는걸 느끼며 살아왔다.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좀 더 어른이 된 나. 그런 나에게도 무작정 쉬어보자는 생각이 다시금 차오르긴 한다. 그래서 결과를 기다리는 이 와중에 부쩍 와이프에게 해외 가서 사는 일이라던가 지방에 내려가 사는 경우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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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16, 시기질투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5. 2. 16. 10:58
요사이 일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나 사는 것에 대해 와이프와 수다떨듯 이야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무리하지 않는다면 먹고살만한 자산도 있고, 파트타임이라도 일을 한다면 좀 더 넉넉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무엇보다 공기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살아본다는 상상이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아뿔싸. 간만에 들어가본 SNS 에서 이름으로만 들었던 학교 후배 하나와 오랜만에 게시글을 올린 고등학교 동창의 근황을 보고야 말았다. 하나는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비싸디비싼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케어까지 했고, 하나는 자신의 회사를 차려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난 여기서 이쯤이면 됐다고 멈춰볼까했는데, 다시 내 시기질투심을 불타오르게 하는 사람들이 마침 나와버렸다. 마흔에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이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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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 07, 한 순간의 되돌림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5. 1. 7. 13:38
엄마 생일이자 동시에 다른 한 사람의 생일인 날, 카카오톡에 뜬 생일인 친구 목록에 그 사람의 이름이 뜬다. 슬픔은 많이 잊었다고, 기분도 나아졌다고, 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나도 모르게 종이에 나이를 계산해본다. 12살 차이가 9살 차이로 줄었다. 조금 있으면 만날 것 같다. 그때도 지금처럼 참 어른 같을까? 이름 세글자 본 것만으로도 감정과 기억이 되감기된다. 세모가 두개 겹쳐진 이 버튼은 언제가 되어야 눌러지지 않을까. 내가 누르는 것도 아닌데. 이따금씩 자동으로 눌러지는 되감기 버튼은 그 이후 많은 시간을 쌓아온 나를 다시 그 시절로 데려간다. 모든 순간이 기억에 새겨져있진 않지만, 남아있는 기억의 대부분은 모두 좋은 기억들. 좋은 기억으로 엮인 인연의 끈이 이젠 더 길어질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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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30, 참담한 심정으로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12. 31. 00:37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팽목항에서 울부짖으시던 한 아이의 아버지의 외침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시간을 좀 더 돌려서. 전 직장 동년배 직원이 비가 많이 오는 날 다른 외국인 직원들에게 대피하라는 소식을 전하려고 현장에 진입했다가 그만 돌아오지 못했다. 밤새 눈이 충혈될 때까지 그가 구조되었다는 소식만을 기다리며 뉴스를 검색했다.시간을 좀 더 돌려서.그리고 어제 무안공항에서 말도 안되는 사고로 수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뉴스에서 연신 비춰주는 당시의 사고 영상은 참담하기 그지 없다.시간을 돌려보면.내가 슬플 이유는 없다. 아는 사람들도 아니고,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분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슬픔은, 유가족이나 친인척 분들과는 비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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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22, 내 감정 네 감정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12. 22. 09:11
나는 내 감정만 소중히 여긴다.같은 대상에 대한 추억도 내껀 소중하지만 남의 추억은 별 볼일 없는 피상적인 감각이라고 깎아내린다. 내 생각은 정답이자, 진리요. 심사숙고 끝에 최적의 정답을 내린 것이니 반박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그런 내게 너가 찾아왔다.내가 아닌 사람의 진의는 깨달을 수 없으며, 남의 아픔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므로 섣불리 무릎꿇지도 않으며, 상대방의 입장은 내 입장에 후행한다고 고집 부리던 내게너가 찾아왔고너가 아프면, 왜 아픈지, 아프지 않을 순 없는지, 너를 세상에 불러 괜히 아프게 하는건 아닌지, 미안함과 고민과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첩되고 버무려지면서너가 웃으면 나도 웃고,너가 울면 나도 울고 싶어지는너가 어떤 생각인지 무엇을 느끼는지 궁금해지는 그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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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10, 잠과의 전쟁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4. 12. 10. 21:41
아이가 집에 오고나서 잠은 줄었고, 식사는 건강해졌다. 살은 안빠진다. 주식시장도 망가지고, 시사 뉴스는 말도 안되는 일들로 가득하다. 올해 좋았는데, 한 해 농사를 근 두달만에 다 망쳐버렸다. 너무나 우울하지만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것만이 위안이다.다만 잠이 부족하니 성격이 날카로워진다. 무엇보다 엔돌핀이 세게 돌만한 신나는 일이 없다. 담배는 진작에 끊었고, 요즘엔 술도 마시지 않으니 신나는 일이 없다. 아이가 크는 모습, 자는 모습, 웃는 모습 보는 소소한 재미는 있다.잠과의 전쟁이란 말은 다분히 과장이 섞여있다. 나는 잘 안싸우고, 와이프가 대신 싸우기 때문. 그걸 알면서도 신나는 일이 없으니 냐 기분은 썩 좋지 않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적응하거나, 다시 신나는 일들이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