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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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복기 - 1차 초단타 실험 실패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5. 7. 1. 23:14
가상화폐 트레이딩에는 재능이 없는 것을 인정했지만, 주식시장만큼은 내가 15년 이상 몸 담고 시장과 호흡해왔다고 믿었고, 많거나 빠르진 않았어도 꾸준하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부했다.삼심대 중반에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장기간 나의 믿음을 홀딩한 종목들이 있었고, 대략 1년의 텀으로 시장에서 어떤 종목들이 아웃퍼폼한다고 체득한 바에 따라 투자한 종목은 경기도에 또다른 부동산 투자 기회로 이어졌다.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실험을 위해 High Frequency Trading 을 해보고자 했고, 백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시작했다. 잃어도 그만 벌어도 그만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결과가 꽤 괜찮았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올 6월, HFT 라고 써놓고 오만한 단타 계좌라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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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복기 - 다시 또 실수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5. 6. 6. 10:55
한국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가운데, 나는 너무나도 흔들리고 말았다.주도주에서 살짝 벗어난 포트폴리오라면 인정하고 바로잡았어야했는데, 작년말~올해초의 성과에 젖어 메인 계좌 수익률은 처참한 상태다.올해 2,500만원 정도만 추가로 불입하였고, 평가 자산은 소폭 증가하였으나, 포모가 찾아올 정도로 낮은 퍼포먼스였다. 더군다나 주도섹터였던 방산, 조선은 기회를 모두 놓치고 조정만 기다리다가 결국 잡주 단타로 조금 벌어놓은 것마저 깎아먹었다.그에 반해 소액계좌는 흐름이 좋다. 올해 500만원만 추가 불입하였고, 별다른 매매 없이 지켜보고만 있는데, 매달 배당재투자 + 종목 퍼포먼스 덕분에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다시 또 배운다.트레이딩에는 재능이 없음을 진작 깨달아놓고도 욕심을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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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도시에 대한 찬가와 쌓여지는 감정들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5. 1. 6. 18:55
단 한번도 졸지 않고 영화를 끝낸 적 없던 감독 빔 벤더스의 최신작 퍼펙트 데이즈. 묘하게 지루하고 졸음을 일으키던 카메라 워크들이 가득한 전작들과 달리 한 도시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주연 배우의 열연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도쿄 화장실 청소부인 주인공(아쿠쇼 코지)는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식물에 물을 주고, 옷을 입고 나가 하늘을 보고, 일을 하고, 신사에 가서 점심을 먹고, 사진을 한 장 찍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목욕탕에 들렀다가, 단골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 잠에 든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일어나서, 세탁소에 가고, 책을 한권 사고, 단골 주점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와 책을 읽다 잠에 든다. 단순하고 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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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투자에 대한 생각 - 1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4. 12. 13. 06:58
어릴적 우리집은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다. 분명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넘친 적은 없었다. 4인 가족에겐 명백히 좁았던 아파트 가장 작은 방에 누워 공상에 빠지곤하는 나였기에 내 세상은 넓었고, 방만 좀 좁았을 뿐이다.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좀 먼 곳으로 배정받았다. 도곡, 대치동의 소위 살만큼 사는 집안의 아이들과 함께 다녀야하는 곳이었다. 타워팰리스에 누구니, 화장실이 집에 3개인 누구니, 차는 BMW, 벤츠니.. 그나마 다행인건 당시엔 지금처럼 돈으로 나뉘는 계급사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치동에서만 자란 친구를 내가 자란 동네로 처음 데려왔을때, 그 친구는 여기도 서울인지 싶었을거다.을씨년스러운 오래된 빌라와 노래방만 가득한 골목.. 단층짜리 쓰러져가는 건물에 들어서있는 분식집.. 나에겐 일상처럼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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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대한 짧은 생각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4. 10. 18. 19:22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자에는 반대 입장이다. 레버리지를 통한 수익 극대화 + 국내에서 검증된 투자 방법 +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서의 투자처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보기엔 부동산 말고도 좋은 투자처가 도처에 널려있다. 2억을 가지고 좋은 주식을 사면, 4억이 될 수 있다. 물론 1억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내 안목과 판단력을 탓하고 반성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2억짜리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4억이 되기 힘들다. 2억짜리 아파트라는 점은 그것이 위치하는 지역이 어떤 수준일지 짐작케하는데, 그런 지역은 2배의 행운이 찾아오기 어렵다. 다만, 부동산은 10억짜리 집에 8억 대출을 받거나 세입자를 들여서 2억으로 살 수 있다. 그런 집이 20% 가 올라 12억이 되어야 나는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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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과 투기 그 사이에서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4. 8. 27. 10:16
아래는 단타 계좌를 개설한 ‘19년 이후의 매년 매매손익이다. 물론 다 더해보면 마이너스다. 나는 한국 금융시장이 가진 에너지와 해학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글로벌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는 후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촘촘하게 설계되어 불법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시장의 모습이 공존하는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엄청난 고수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금치산자 수준의 초보까지 스팩트럼도 다양하다. 나는 한국 주식을 투자하는 증권 계좌가 3개 있다. 하나는 초장기투자(Buy & Hold only)를 위한 계좌, 하나는 적절한 알파를 위해 가끔 조정하는 계좌. 나머지 하나는 순수한 단타용 계좌다. 많은 주식 교과서에서 증명하듯, 단타 계좌의 수익률이 제일 낮다. 세 계좌 중에서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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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사랑과 가족에 대한 현란한 찬사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3. 1. 25. 13:15
스위스 아미 맨에서 보여준 말도 안되는 내용 속의 감동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Daniels 의 걸작. 여러 해석들이 많지만 나는 가장 직관적으로 그리고 영화 대사에 나온 문구들을 인상 깊게 보았고, 사랑과 가족에 대한 현란한 찬사라는 영화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은 수많은 선택의 갈래의 종착점이다. 그리고 모든 종착점에서 가장 피부를 맞대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가족이다. 원수 같은 딸은 존재만으로도 불확실하고 제멋대로인 조부 투바키이고, 거기에 사춘기가 끝나지 않은건지 모든 일에 무의미를 부여하고 퉁명스럽기 일쑤. 그리고 사랑이 모두 식은 부부 사이에서 남편은 그저 도움되지 않는 장애물 같은 존재. 대체 바쁘디 바쁜 이 와중에 아버지는 왜 오신거지. 머릿속이 터질것만 같다.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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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pple, 편해서 좋다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2. 5. 31. 06:19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자 나는 처음 몇년간은 쿼티 자판이 있는 스마트폰을 썼다. 스마트하게 사용하려면 무엇보다도 타자가 빨라야 하는데, 가상의 쿼티 키보드보다는 물리키보드가 타자가 빠를테고, 쿼티 자판은 작은 버튼들이 스마트하게 보이기도 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었다. 블랙베리가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의 쿼티 자판이 있는 스마트폰들을 쓰면서 당시 유행했던 루팅을 통해 스마트폰의 숨겨진 기능을 해금하는 일이나 컴퓨터처럼 강제로 성능을 올려보면서 '스마트폰 = 작은 컴퓨터' 라는 생각이 굳어질 무렵, 쿼티형 자판이 달린 스마트폰이 더이상 출시되지 않게되었다. 필연적으로 두꺼워지는 핸드폰의 두께와 내구성 등의 사유로 시장에서 없어진 것이다. 안드로이드로 시작해서 여기에 익숙해지고 안드로이드 = 자율과 개방성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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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 아마도 2022년 올해의 영화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2. 5. 13. 22:58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그리고 장 마크 발레의 데몰리션. 이렇게 3개는 최근에 접한 문화 생활 중에 단연 최고였던 것들이다. 그리고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앞선 3개의 작품 위에 이름을 올릴 것 같다. 영화에서 내가 주의깊게 살펴본 인물은 크게 3명이다. 1)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 2) 오카다 마사키가 연기한 아내의 내연남 그리고 3) 차를 운전한 미우라 토코. 극중 세상을 떠난 와이프에 대해서는 큰 감정 이입이나 관심이 가질 않았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유일하게 나의 공간인 '빨간 차'를 공유했던 와이프는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들과도 관계를 가지다 세상을 떠났다. 콘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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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 Wainwright, #50써서 남긴 조각들/좋아하는 것들 2022. 4. 17. 17:49
2011년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웨인라이트가 뛰지 못했다는 점 아닐까. 프리즈의 3루타와 카펜터(크리스)의 역투는 감동 그 자체이지만, 웨인라이트가 벤치에서 지켜보기만 했어야 한다는 점은 솔직히 조금 아쉽다. 1981년생으로 이제 마흔살이 넘은 이 선수는 아마 올해가 마지막일테고 올해 몰리나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면서 메이저리그 배터리 기록도 깰 것 같다. 내가 2000년대 중반부터 카디널스 경기를 보면서 메이저리그를 시작했으니, 내 메이저리그 역사를 모두 함께한 선수가 바로 이 선수, 커브 장인 웨인라이트. 매년 구속도 떨어지고 있고,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하던 시절은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매번 경기에 나올 때 마다 기대를 품게 만드는 선수이다. 특히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아직 그 어떤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