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것인가…
가상화폐 트레이딩에는 재능이 없는 것을 인정했지만, 주식시장만큼은 내가 15년 이상 몸 담고 시장과 호흡해왔다고 믿었고, 많거나 빠르진 않았어도 꾸준하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부했다.
삼심대 중반에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장기간 나의 믿음을 홀딩한 종목들이 있었고, 대략 1년의 텀으로 시장에서 어떤 종목들이 아웃퍼폼한다고 체득한 바에 따라 투자한 종목은 경기도에 또다른 부동산 투자 기회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실험을 위해 High Frequency Trading 을 해보고자 했고, 백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시작했다. 잃어도 그만 벌어도 그만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결과가 꽤 괜찮았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올 6월, HFT 라고 써놓고 오만한 단타 계좌라 읽어도 무방할 계좌에 예수금을 천만원으로 늘려 실험의 크기를 키웠다.
목표와 방식은 간단하다. 그간 갈고 닦은 야수의 심장으로 하루에 15~20분의 초단타 매매를 하고, 수수료를 제하고 2% 정도의 수익을 매일 낸다.
(사실 이보다 복잡한 방식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하기도 했고, 딱히 중요한 내용도 아니라 제외한다)
실험 시작 하루만에 운대가 크게 들어왔다. +14% 정도에서 잡은 종목이 상한가를 가는 바람에 하루만에 170만원 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그리고 이 실험은 최소한 그 달만이라도 저기서 멈췄어야했다.
이튿날은 잃었고, 셋째날은 벌었다. 그리고 넷째날부터는 쭉 잃었다.
완전히 망해버렸다
캡쳐를 6월 말에 해서 그렇지 소액으로 먹은 하루이틀 말고는 그 이후로도 쭉 잃었다. 계좌 잔고는 600만원 수준이다. 약 3주 가량의 실험 결과 400만원을 날린 것이다.
속이 쓰리다. 복기하고 반성하면서 잠시 매매를 멈췄다. 실패의 원인은 간단하다. 계좌를 시작하며 세운 원칙을 천만원으로 키운 그 당일부터 깨버린 나의 잘못이다.
-40%는 사실 한두달만에 회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다른 장투 계좌의 돈을 꺼내 여기다 더 넣는건 위험하다는 느낌이 팍! 하고 든다. 일단은 원칙으로 복귀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조금씩 이겨가며 복리를 쌓아가려고 한다.
이번에도 욕심을 다스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