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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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05, 관점만 바꾸면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8. 5. 06:07
카메라로 담질 못해 아쉽지만 출근길에 본 구름이 어떻게보면 회색, 다르게보면 핑크색이었다. 비가 오는걸 싫어하거나 기분 안좋은 상태의 사람에겐 회색, 비가 오는걸 좋아하거나 날씨가 좋아질거라 생각하는 기분 좋은 사람에겐 핑크색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연애 9년, 결혼 5년 도합 14년 간 함께 보낸 시간도 나의 관점과 상태에 좌우된다(와이프도 마찬가지). 앞으로 우리 관계엔 햇볕이 들까 아니면 비가 오려나.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하느라 들뜬 와이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떤 사람인진 아직도 결론내리기 어렵다. 다만 요즘 갈수록 체력이 달리는 나에겐 종종 회색으로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시간도 지나가리라는건 알지. 결론적으로 2022년 여름의 이 더위가 좀 가셔야 나도 매사에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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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04, 큰 이유 없이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8. 4. 06:21
슬슬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귀찮아져간다. 페이스북이나 커뮤니티에 쓰는 주제 없는 글들을 낭비하기 아까워 나만의 공간에 쓰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블로그인데, 여간 공을 쏟아야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거창한 이유 없이 계속 하고 있다. 회사 일이나 아침 운동도 마찬가지. 거창한 이유는 의외로 쉽게 무너지곤 했으니 의식적으로나마 큰 이유를 만들지 않는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적당한 자극을 받는 정도가 적당하다. 어떻게보면 정신승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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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01, 피곤한 더운 날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8. 1. 05:56
연일 이어지는 더운 날씨에 비까지 겹쳐 불쾌하기 그지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주말엔 장모님께서 제안하신 계곡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처음엔 좋았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뒷감당하기 어려운 피서가 되어버렸다. 한 일주일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사그러들고 있지 않지만, 올해는 나태함을 벗어던지는 원년으로 삼아보고자 긴 휴가도 쓰지 않고 있다. 함께 일하던 선임은 육아휴직, 친하게 지내던 팀장은 모종의 사유로 더이상 팀장이 아니게 되어버려 없던 정도 떨어진 회사에 무엇을 위해 다니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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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25, 산책 중 대화 주제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7. 25. 06:00
강아지가 생긴 이후 부부가 같이 때로는 따로 나가는 산책이 늘었다. 강아지에게 산책이 좋다는 말만 듣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한달 전에는 강아지가 그렇게 무서워하더니 이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예전엔 가뭄에 풀 나듯 둘이서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보통 대화 주제는 나의 잘난척과 와이프의 일상 공유 정도였다. 이제는 대화 주제의 8할이 강아지. 너무 강아지에 대해서만 얘기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강아지라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생각과 살아온 방식의 차이가 느껴진다. 와이프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을 할 때가 있다. 보통 아주 사소한 것들인데, 결국 와이프도 다 생각이 있는걸 알면서 때론 잔소리를 하게된다. 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적인 주제로 거론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보단 다른 일을 통해 이해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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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20, 욜로족이 되다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7. 20. 05:54
강아지가 날이 갈수록 자라고 있고, 회사 일은 여전히 재미없고, 운동은 꾸준히 하는 편이나, 독서랑 공부는 더위 핑계로 접다시피 해버렸다. 얕지만 길었던 고민 끝에 8월에 예정되어있던 시험은 미루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직뽕, 강아지뽕에 취해 날려먹은 시간이 아깝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무계획성과 의지박약을 탓해야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상 속에서 강아지와 더욱 가까워지고, 강아지와의 추억은 굳게 쌓여가고, 와이프랑 사이도 좋다(다툼이나 반목이 없다는 뜻). 출근길에 최근의 일상과 감정을 되새김질해보니.. 내가 욜로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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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18, 이거 맞는거야?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7. 18. 06:10
개인적으로 느슨하게 공부 중인 시험이 있다. 느슨하기 그지 없어서 시작한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시험은 딱 한번 봤다. 작년부터는 와이프도 꼬드겨서 공부를 하자고 하는데, 내가 느슨해버리니 와이프도 딱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거기다가 올해 등록해둔 시험 두달 전 강아지가 집에 들어오면서 우선순위가 자기계발이 아니라 하루하루 커가는 강아지의 모습을 눈에 담는걸로 정해버린 순간, 올해 시험은 이미 글렀다. 옆자리 선임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한달 바짝 땡기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분은 수재 소리 들으시는 분이고, 나는 수재보다는 잔머리 귀재 정도(?)인데 달리는 경로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여튼 나이 서른 중반에 강아지랑 놀고만 있는게.. 맞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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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11, 바닥으로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7. 11. 06:25
이번엔 정말 잘 봤다고 생각했던 면접에서 탈락이라는 고배를 다시 한번 마시니 마음이 울적하다. 앞으로 이런 일을 몇번이나 겪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울적한건 어쩔 수 없다. 면접을 준비하며 얕게나마 관심과 애정이 쌓였었기 때문이다. 이럴때는 바닥으로 떨어져야 리바운딩을 하곤 했는데, 이번엔 그다지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울적한 마음 상태 그대로 며칠을 보내고 있다. 기분이 바닥을 기고 있으니 의미없이 핸드폰 게임을 하게된다. 이렇게나마 시간을 끌어와 약처럼 쓴다면 나쁘진 않을텐데 아직 약효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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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08, 미로같은 마음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7. 8. 05:56
가장 친한 친구와 했던 말 중 "사람이 반전이 있어도 된다" 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 예술과 문학에 취해 아는척만 하던 나와 문학 석사의 길을 걷다 사회로 나온 친구 사이에서의 이야기라 아마도 친구는 많이 답답했을거다. 굉장히 얕게만 알면서도 요상한 사소한 것들을 얘기하는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아무튼 저 반전이 있어도 된다는 말로 온갖 고상한 척을 하던 우리는 저열한 농담을 나눌 수 있는 변명을 얻었다. 최근 존재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회사에서 자주 마주치고 있다. 나 역시 존재의 위기가 올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회사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혼자서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당신 안에 있다는 조의 조언을 하고 있지만, 정작 존재의 위기가 심각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30대 중반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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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05, 더위를 먹은건지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7. 5. 06:05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도 울고 가실 구름이 자태를 뽐내던것도 한 순간. 가랑비와 여우비 중간의 어딘가에서 습도만 높이던 비는 불쾌지수를 한껏 밀어올렸다. 날이 너무나도 덥고 습하다. 예전엔 몸보신이라는게 비싸고 기름진걸 먹으려는 어른들의 수작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조금만 더워도 몸이 축축 쳐진다. 대충 먹고있는게 아닌데도 이러니 고칼로리에 절여놨던 몸뚱아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보다. 그래도 날이 맑은 날엔 집에 있기 아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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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29, 혼자서도 즐거워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6. 29. 06:02
핸드폰에 온통 강아지 사진 투성이라 나의 근황을 대변할 수 있는 사진이 없다. 한달만에 우리 부부의 일상을 잠식해들어와 이젠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결혼생활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나이도, 구력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 관계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한 사람과 9년간의 연애 후 결혼에 골인하여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가..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살고 있지만, 마냥 희희낙락하며 24/7 엔돌핀이 분비되는 삶은 아닌데.. 결혼 이전에 한 사람을 깊게 탐구하는 일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쌍방향으로 솔직하게 소통하며 서로에 대한 믿음(대신 정형화된 패턴이 아닌)을 쌓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하고, 성숙한 대화 방식을 배울 수 있는게 결혼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