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
2023. 04. 10, 월요병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4. 10. 06:30
매주 일요일마다 남은 주말을 소중히 여기기 힘들 정도로 나쁜 감정들이 밀려온다. 막상 출근해서 시간을 보내는 월요일 오전부터는 괜찮은데, 푹 쉴 수 있는 일요일이 안좋아진다. 이걸 월요병이라고 한다는데, 내가 이런 상태에 빠질 줄은 정말이지 예상하질 못했다. 주말에 맛있는 디저트도 먹어보고, 멋진 곳에 가보기도 하는데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걸까. 지금 하는 일에서 내가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것과 회사에서 참 외롭다는 점 총 두가지 이유인 것 같은데. 둘 다 해결이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부모님들은 대체 어떻게 2~30년 넘게 일을 하셨던거지?
-
2023. 04. 06, 조심 조심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4. 6. 06:21
모처럼 벚꽃 구경을 하며 멋진 광경에 경탄하는 시간은 내리는 비에 몽땅 씻겨 내려간다. 대신 대기질이 좋아져 아침 공기를 힘껏 들이마실 수 있어 상쾌하니 나름 괜찮다. 몇백년 몇만년간 계절의 변화에 맞춰 꽃이 피고 지는 나무들은 지루하지 않은걸까.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도 며칠 반복하면 지겨운데. 요사이 지겨움이 내심 체감되었는지 바쁘고 피곤한 와이프에게 투정 섞인 짜증을 내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며 어제 짜증낸 일을 생각하면 참 미안한데, 저녁엔 피곤한 몸으로 귀가하면 또 짜증날 일이 보인다. 그냥 내가 먼저 집에 왔으니 별 생각없이 치우고 쉬면 되는데, 짜증낼 건수부터 찾는건 이유가 뭘까. 우선 말 하나 행동 하나 내가 먼저 조심해보며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요즘 특히나 자주 하는 말 “쉽지 ..
-
2023. 03. 30, 채우거나 비우거나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30. 06:27
와이프 없는 일주일이 끝나가고 있다. 기다리는 일도 참 힘든 일이야.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잦아지니 말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만개한 벚꽃을 봤다. 보자마자 와이프가 돌아올 때 까지 지지않고 피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예쁜 벚꽃 아래에서 올해도 함께 걸을 수 있으면 좋을테니 말이다. 속 터놓을 사람이 없어 말수도 줄어든다. 내 안에서 생각이 무한 순환참조로 돌아가며 결론을 내지 못한다. 드문드문 깨달음처럼 찾아오는 몇가지 얕은 결론은 ’채우거나 비우거나‘ 였다. 우울한 감정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내면을 채우거나, 욕심에서 비롯한 아쉬움은 덜어내고 비우거나. 챗바퀴처럼 재미없이 굴러가는 일상. 채우고 비우며 어..
-
2023. 03. 27, 와이프 없는 일주일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27. 06:23
와이프가 해외로 출장을 떠났다. 내가 출장 갈때는 몰랐는데, 하루가 지나면서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다. 함께 있을 때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밥을 먹어도, 유명한 영화를 봐도 영 재미가 없다. 생각과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이렇게나 크게 느껴진다. 재미 없는 회사일과 쌓이는 집안일을 혼자 처리하려니 감정적으로 축 처진다. 일주일이 시작하는 월요일. 이번 한 주를 잘 보내면 돌아올 와이프. 내가 할 수 있는건 긍정적인 일들로 쌓은 작은 성취들을 모아 발전적인 일주일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와이프가 돌아오면 또다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그리워하겠지만, 와이프가 돌아오면 사랑을 더 표현하고 더 안아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와이프도 바쁜 출장 일정 속에서도 여유와 건강 잘..
-
2023. 03. 24, 이유가 뭐지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24. 06:24
새 직장에 몸을 담은지 두달이 되어가는 지금. 내 심정을 요약하자면 우울함이다. 오랫동안 몸담으며 익숙해진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왔지만, 익숙해졌던 탓인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다. 첫 직장이 좋았던 점은 일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를 떠나 이럴때 마음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나쁠 것 없는 새 직장이지만,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우울하다. 내 상태에 확신이 들지 않고 있으니까. 나보다 고생하고 있는 와이프에게 너무 미안하다. 더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데, 내 마음이 이럴 때에는 그럴 심적인 여유가 잘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이런 경우에는 유독 내 안으로 침전하여 말도 없어지는 스타일인걸 알기에 더 미안하다. 매..
-
2023. 03. 21, 도망치면 안되는데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21. 06:24
듣고만 있어도 갑갑한 일을 하려니 마음이 영 진정되지 않는다. 원래 이렇게 불평불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되었던건지, 내가 모자란건지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와이프에게 슬쩍 이런 속내를 내비쳐봤지만, 편히 결정하라는 뉘앙스로 대답해주는 와이프 때문에 더 미안하다. 또다시 와이프에게만 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그만두면 도망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걸 안다. 하지만 이렇게도 내게 맞지 않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매일 아침 다시 마음을 고쳐먹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출근한지 몇시간만에 사라져버릴 의지라 참 어렵지만, 아직은 도망칠 때가 아니다. 더 참아보며 더 익숙해지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후회만 남을테..
-
2023. 03. 16, 승부에 대한 태도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16. 10:20
결국 현재 기준으로 내 안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 전형 결과,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번지르르한 포장 보다는 솔직함과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너무 솔직하게 말한건지, 객관적으로 역량이 부족했던건지 잘 모르겠다. 본연의 역량에 크게 자신있는건 아니지만, 사안을 검토하고 의견을 낼 수 있을 정도라곤 생각했었는데 참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우울함에 빠져있을 수 만은 없는 법,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와 리바운딩을 시도하고 있다. 와이프가 보기엔 지원한 사실 자체가 장난이었던걸까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에선 짧은 시간 동안 골병이 들 정도로 많은 자책감에 시달렸다. 이럴때마다 억지로 끝까지 봤던 어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
2023. 03. 14, 이럴때만 찾지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14. 06:26
이럴때는 더 생각나. 아니면 이럴때만 생각하는걸까. 4개월이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때가 그립다. 돌이켜보고 곱씹어볼수록 그때가 재밌었어. 잘 쉬고 있나. 나라면 이렇게라도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떤지? 한번 더 도와주면 좋겠으면서도 매번 도움만 구하는게 참 면목이 없구만. 여하튼 늘 반짝이던 눈으로 여러 관심사들 얘기하던 당신이었으니, 잘 쉬고 있겠지. 공기가 맑아 하늘이 잘 보이면 좋겠다. 최소한 감정이 모두 정리되어 즐거웠던 추억만 남을 때 까지만이라도. 또 생각나면 얘기할게. 잘 쉬고 있어.
-
2023. 03. 08, 미련 정리 어려워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8. 08:35
지난주 금요일에 면접을 봤다. 일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지금 직장에 대한 고마움도 잠깐 잊어버렸다.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면접이었고, 잠시 자만하던 나의 인성에 제대로 직격타를 맞았다. 와이프는 수고했다는 의미 겸, 회사에서 받은 특전을 쓸 수 있다고 오랜만에 단 둘이 외식을 하자고 했다. 와이프도 면접 스토리를 들려주면 알텐데,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은건지 잘 본거 같다고 응원해준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여튼 며칠간 그 면접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예상관 조금 다를 순 있어도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분야이기에 참 가고 싶었는데. 이런 작은 미련도 정리하기 힘든 내게 어떤 큰 일을 잊으라는건 더 잔인한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