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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3. 14, 이럴때만 찾지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14. 06:26
이럴때는 더 생각나. 아니면 이럴때만 생각하는걸까. 4개월이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때가 그립다. 돌이켜보고 곱씹어볼수록 그때가 재밌었어. 잘 쉬고 있나. 나라면 이렇게라도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떤지? 한번 더 도와주면 좋겠으면서도 매번 도움만 구하는게 참 면목이 없구만. 여하튼 늘 반짝이던 눈으로 여러 관심사들 얘기하던 당신이었으니, 잘 쉬고 있겠지. 공기가 맑아 하늘이 잘 보이면 좋겠다. 최소한 감정이 모두 정리되어 즐거웠던 추억만 남을 때 까지만이라도. 또 생각나면 얘기할게. 잘 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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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기리시마 긴코만 국립공원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11. 00:34
관광객 중에 산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여기에 올 일이 있을까? 가고시마에서도 미야자키에서도 구마모토에서도 애매하게 멀고 동선에 넣는 순간 며칠을 그냥 잡아먹어 버린다. 지도에는 기리시마 긴코만 국립공원이라 되어 있지만, 한번 가본 느낌 상으로는 동부와 서부로 나뉘는 것 같다. 조용히 자연 위주의 감상을 누릴 수 있는 동부와 온천과 관광 위주의 기분을 낼 수 있는 서부. 나는 이번 여행에서는 동부만 방문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코스모스가 유명한 이코마 고원에 방문 했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손님은 나 밖에 없고, 심지어 매표소나 기타 운영시설은 모두 폐점 상태. 안개가 잦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덕분에 규슈를 내려다보려는 나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 호러영화 뺨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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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3. 08, 미련 정리 어려워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3. 8. 08:35
지난주 금요일에 면접을 봤다. 일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지금 직장에 대한 고마움도 잠깐 잊어버렸다.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면접이었고, 잠시 자만하던 나의 인성에 제대로 직격타를 맞았다. 와이프는 수고했다는 의미 겸, 회사에서 받은 특전을 쓸 수 있다고 오랜만에 단 둘이 외식을 하자고 했다. 와이프도 면접 스토리를 들려주면 알텐데,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은건지 잘 본거 같다고 응원해준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여튼 며칠간 그 면접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예상관 조금 다를 순 있어도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분야이기에 참 가고 싶었는데. 이런 작은 미련도 정리하기 힘든 내게 어떤 큰 일을 잊으라는건 더 잔인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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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코노조, 쉬기 좋은 조용한 곳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2. 18:11
미야자키 시에서 50km 남짓 떨어진 도시 미야코노조에 왔다. 인구 16만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면적으로 치면 미야자키 현에서 꽤나 큰 편의 도시. 교외에 위치한 저렴한 호텔에서 하루 머물러보기로 했다. 교외라 그런지 주변에 여러 상설매장들이 있다. 시내까지는 약 4~5km 떨어져있고, 대중교통편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내 구경을 못하더라도 옷가지 쇼핑이나 식사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유니클로와 GU 매장도 큰 규모로 있었고, 쿠라스시 외 여러 체인점 식당도 있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거르지 않듯, 시내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갔다. 시내의 느낌은 미야자키의 축소판(?) 같은 느낌. 사람 적고, 걸어다니기 좋고, 메인 도로 벗어나면 어둡고. 그런데 이 인구 16만의 작은 도시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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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어딘가의 시골, 히토요시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2. 27. 22:52
직장을 관두고 졸여지는 마음에 대한 보상이라도 원했던걸까. 새로운 직장을 구하자마자 잠깐의 짬을 내어 일본에 다녀왔다. 와이프는 일을 해야 하니 혼자 떠난 여행이었고, 그랬기에 여행 컨셉은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컨셉이 뭐였냐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게 컨셉이었다. 맛집이나 쇼핑몰에 대한 조사 없이 첫날 밤을 보낼 곳만 정하고, 나머지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장 저렴한 비행기 표를 끊었기에 미야자키 공항에 내렸고, 공항 바로 옆 렌트카 업체에 가서 차를 빌렸다. 닛산의 March 라는 소형차를 빌렸는데, 하루에 4~6 시간 정도 운전하기엔 작은 차라 그런지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혼자 왔기에 이겨낼 수 있지. 와이프와 함께 왔다면, 와이프가 불편해 한마디 하기라도 했어봐. 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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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기리시마, 가성비 뛰어난 일본주해보고 싶은 것들/미식가 흉내내기 2023. 2. 10. 09:00
급하게 결정된 재취업과 설 연휴기간의 콜라보로 포기하려 했던 일본 여행. 설연휴를 포함하고도 초특가에 올라온 비행기표를 발견하고 일단 끊었다. 목적지는 남규슈의 보석같은 도시 미야자키. 돌아오는 날 나를 위한 선물 차원에서 가장 유명한 이모 소주(고구마 소주) 중 하나인 쿠로 기리시마 25도 짜리를 한 병 사왔는데, 방어회를 먹자는 아빠의 제안에 이기지 못하고 사온 바로 다음날 오픈을 해버렸다.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끝에 고구마 향이 살짝 남는 깔끔함이 일품이다. 모난 곳 없이 깔끔하니 미즈와리로 마시지 않아도 부담 없고, 입 안에 머금고 있어도 달지 않아 향을 즐기기 좋다. 방어회와 매운탕과의 페어링도 일품. 다른 음식도 잘 어울릴 것 같다. 1/3 정도 남은 술을 다시 집에 들고 와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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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09, 적응이란 어쩌면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3. 2. 9. 06:28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자 승모근이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인터넷 밈처럼 순진하고 맑은 눈으로 착한척(?)을 하며 하나 둘 일을 배워가는 중이다. 경력직을 뽑는 이유가 있을텐게, 이렇게 업태와 분위기가 다른 곳에서 나를 왜 뽑은건지도 궁금하다. 신입보다 비싼데.. 와이프에게도 조금씩 털어놓는 신기한 회사 분위기가 정말 조금 파악되었다고 생각하는 2주차.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과거의 관성을 다른 방향과 속력으로 바꾸는 행위가 적응인데, 그렇다면 인간의 현재는 과거가 투영되는 미래지향적일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내가 보낸 과거의 총합이 현재이기에 당연한 말인데, 적응이라는 단어에도 비슷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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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rut Indian Single Malt, 가성비 괜찮은 중견기업 과장해보고 싶은 것들/미식가 흉내내기 2023. 1. 31. 06:55
깔끔하다. 히말라야의 정수를 담은 위스키인가 싶을 정도로 깔끔하다. 버겁지 않은 목넘김과 튀는 모습 없이 정갈한 맛이 괜찮다.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들고 가서 운남성 훠궈와 함께 마셨는데, 훠궈의 강한 맛을 입 안에서 정리해줬다. 술 자체가 돋보인다기보단 페어링 위스키로서 적절할지도? 아니면 훠궈와 마셔 유독 깔끔하다고 느낀 것인가.. 창이 공항 면세점에서 신기하다는 생각에 샀는데, 대략 1.5 배 가격으로 한국에서도 팔고 있었다. 들고 오는 귀찮음 생각하면 한국에서 사서 마셔도 괜찮을듯. 하지만 위스키 선택의 폭을 생각하면 과연 선뜻 손이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