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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코노조, 쉬기 좋은 조용한 곳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2. 18:11
시 외곽 뻥 뚫린 전경 미야자키 시에서 50km 남짓 떨어진 도시 미야코노조에 왔다. 인구 16만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면적으로 치면 미야자키 현에서 꽤나 큰 편의 도시. 교외에 위치한 저렴한 호텔에서 하루 머물러보기로 했다.
쿠라 스시 있으면 다 있는거지 교외라 그런지 주변에 여러 상설매장들이 있다. 시내까지는 약 4~5km 떨어져있고, 대중교통편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내 구경을 못하더라도 옷가지 쇼핑이나 식사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유니클로와 GU 매장도 큰 규모로 있었고, 쿠라스시 외 여러 체인점 식당도 있었다.
아쉽잖아..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거르지 않듯, 시내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갔다. 시내의 느낌은 미야자키의 축소판(?) 같은 느낌. 사람 적고, 걸어다니기 좋고, 메인 도로 벗어나면 어둡고.
여기 때문에 포스팅 그런데 이 인구 16만의 작은 도시에 남규슈 최고의 재즈바가 있다. 재즈 드러머 출신의 Katsunari Furuchi 씨가 운영하는 재즈바 old earth.
재즈 드럼 강습이나 다른 지역의 재즈 뮤지션들과 합주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되어 있는 재즈바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돌아다니다 들어간 나로서는 하루 뒤에 있을 공연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재즈 드럼의 매력에 풍덩 결국 그날 밤 손님은 나 혼자였고, 사장님과 재즈 뮤지션에 대해 나의 짧은 지식을 총동원해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니, 사장님이 친히 드럼 연주를 해주셨다. 아무래도 Lee Morgan 에 대한 열정을 펼쳐보인게 주효했던 것 같다. 찰리 파커, 리 모건 그리고 처음 듣는 뮤지션의 멜로디를 틀어놓고 연주해주는 재즈 드럼은 좋고 나쁨을 떠나 황송한 경험이었다. 하이볼 타주는 스냅을 볼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미야코노조에서 나고 자라 재즈 뮤지션으로 전국에서 실력을 뽐내시다가 고향에 다시 재즈바를 차리신 실력자셨다.
숙소까지 한시간 넘게 걸어가야한다고 하니 사장님이 택시를 불러주시겠다고 했지만, 어제 렌트카로 잘못 들어간 고속도로 통행료로 무지막지한 금액을 지출한 나로서는 괜찮다는 의사를 연신 표하고, 걸어서 돌아왔다.
조용하고 어두운 밤거리를 걷다보니 무서울 법도 했으나, 지나가다 들린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며 걸으니 제법 걸을만 했다. 도심 지역의 잘 정비된 길도 걷는 즐거움을 한껏 올려주었고.비 온 다음날 사운드는 애트모스 하루만 머물기로한게 아까울 정도로 숨겨진 재미가 많을 것 같은 도시인 미야코노조를 떠나 근처에 있는 세키오노 폭포에 갔다. 미야코노조에선 자동차로 10~15 분이면 도착한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우뢰와 같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평일 아침에 들른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우렁찬 물소리가 역설적이다. 일본 100대 폭포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 폭포의 백미는 상류 부근 간헐천이다. 거북이 등껍질 갈라지듯 조각난 돌 사이로 물이 흐르다 폭포을 만나 떨어진다.
지금은 건너면 안되요 우렁찬 소리와 거센 물줄기에 마음 속 깊이 숨겨둔 말들을 흘려보냈다. 메아리조차 돌려주지 않는 시끄러운 폭포 덕분에 조금은 후련해졌을까. 차디찬 아침 공기가 마냥 상쾌한걸 보니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세키오노 폭포는 현재 주변 인프라 정비 중으로 사진에 나온 현수교를 건널 수 없다. 건너서 한바퀴 둘러보는 코스를 맛보지 못해 아쉬웠으나, 폭포 앞에 혼자 서서 소란 속에 외쳐봤으니 만족.
이젠 어디로 갈까. 폭포 주변을 넓게 둘러보고 다시 차에 올랐다. 다음은 아마도 미야자키 시로 가야할 것 같다. 하지만 포스팅은 어제 들렀지만 아직 글을 쓰지 못한 기리시마 긴코만 국립공원에 대해 먼저 쓸 생각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혼자 다니는 여행. 매우 순조롭다.'기억에 남는 장소들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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