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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아와지섬 유메부타이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1. 22. 20:15
꿈의 무대에 담긴 따뜻한 마음 백단원으로 유명한 아와지섬 유메부타이에 왔다. 고베 대지진의 희생자를 기리는 백단원만이 아니라 안도 다다오가 말한 것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걸 다 해본 그 곳이다. 물의 절이랑 세트로 묶어 왔기 때문에 물의 절에서 내려와 길가에서 버스를 타니 바로 올 수 있었다.
이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물의 절처럼 이런 곳에 정말 있다고? 싶은 마음이 들면 유메부타이에 다다르게 된다. 구글 지도가 안내해주는대로 믿고 따라가면 된다. 입구에서 내려 보이는 호텔을 지나치면 말 그대로 꿈의 무대가 펼쳐진다.
시작부터 느껴지는 그의 기운 효율성보다 좀 더 걸어야하는 불친절한 동선에 안도의 작품임이 물씬 느껴진다. 곳곳에 눈에 띄는 재료의 투박함이 자연 속에 있다는 점 역시 그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조형물 1 도처에 널린 조형물들이 많아 되려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안도는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해봤다는데 오밀조밀했던 그의 작품세계가 널리 펼쳐져있으니 산만한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그의 손길이 닿은 드넓은 공간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다르다.
굽이지고 각지고 고개를 돌려 여기를 봐도 그렇고 저기를 봐도 그렇다. 분명 넓은 공간에 단순할 동선도 퉁명스럽게 짜여져있지만, 걷는 동안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리비 본격적인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물이 받아져있지 않았지만, 못의 바닥엔 가리비로 장식이 들어가있다. 유독 아팠던 재해를 딛고 일어서라는 마음을 담은 것일까.
멀리 보이는 온실. 그러나 공간이 너무 넓고, 나의 피로도는 더위로 인해 너무나 높아졌기에 온실은 밖에서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저 높고 넓은 공간 안에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을 것 같다.
세월이 느껴진다 만들어진지 거진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저 콘크리트는 빛이 바래고 이끼가 몸을 타고 오르더라도 구조는 계속 단단해질 것이다.
즐거움이 있지 제약없이 펼쳐낸 상상력은 방문객을 압도한다. 건축가의 의도와 배경에 숨어있는 의미를 파악하기 바쁘다. 그 모든게 이 넓은 공간에 모두 담겨있다. 그만큼 진심으로 희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덩쿨이 올라와버린 엘리베이터 타워 바다 건너편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일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는 유메부타이. 안도의 꿈이 담긴 꿈의 무대이자, 아쉽게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이 쉬어갈 수 있을만한 충분한 공간이다.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꿈들이 모여 남겨져있는 곳이다.
유독 가까이에서 곡선의 콘크리트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안는 기분이 든다.
휠체어로 올라오기 힘들겠소 다른 개별 건물에 있었으면 또 다르게 느껴졌을 길도 이 곳에서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다.
그 모든 마음 아래로 흘러 폭포가 되고 결국 한 곳에서 모이길 백단원에서부터 내려온 물줄기는 이 곳에서 폭포를 이뤄 아래로 떨어진다. 초록과 회색의 이질적인 조화가 돋보이는 명장면. 우리나라도 갈수록 큰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삭막해졌다해도 큰 비극은 한 세대에게 보편적인 슬픔을 남긴다. 대지진도 그랬을거다.
무슨 의미일까.. 평가가 갈리는만큼 모두에게 기대가 클 장소가 유메부타이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드넓은 자연 속에서 안도와 함께 춤추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했던 그의 건축이 되려 규모를 이루니 평범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대의 큰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만으로도 남겨진 모든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은 유메부타이 앞 웨스틴 호텔에서 버스를 타면 고베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아주 편했다. 버스 시간을 미리 봐두고 들어가면 정해진 시간 안에 밀도 있게 둘러보기 좋다. 스미요시 주택을 생각하며 방문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도 다다오와 관련된 내용들을 좀 더 알아보고 온다면 다른 의미의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하루 온전히 시간을 내어 웨스틴 호텔에서 묵으며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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