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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자키, 노포 3종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20. 21:27
미야자키에서의 밤을 위로해준 가게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숙소 근처 길을 걷다 그냥 들어가본 곳들로 관광객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기 보단 현지인들이 저렴하게 술을 마시고 가는 가게들이었다. 위치는 모두 비슷한 곳에 있으니 글 말미에 첨부.
토리요시 첫 가게는 야키토리류 꼬치 요리와 닭 요리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토리요시. 오늘 소개할 곳들은 모두 다찌석 말곤 없는 작은 가게들이다.
닭구이가 예술 닭의 고장이니만큼 닭 구이를 주문했다. 현지인들이 편히 들르는 가게들인만큼 가격은 비싸지 않다. 닭구이를 주문하면 사장님께서 숯불에 현란한 손길로 구워주시는데, 보는 맛도 일품이다. 보통 기름기 많은 부위를 숯불에 구우면 불이 붙어 탄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일쑤인데, 사장님의 구력이 상당하신건지 불이 붙은 닭고기가 탄맛 없이 잘 구워져서 나온다. 탱글탱글한 닭고기는 씹는 맛도 훌륭하고, 간은 짭쪼름한 편.
구이는 중상급 야키토리 전문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삼겹살, 닭 염통, 닭 다리, 닭 껍질 이렇게 네가지 꼬치를 주문했다. 손으로 날려쓴 메뉴판은 번역 어플로도 해독이 어렵지만, 기본적인 꼬치 요리인 만큼 어느 꼬치 요리집에서도 주문이 가능할 것이다. 닭고기가 워낙 강력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삼겹살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야키토리들은 모두 재료가 신선하고 적당히 구워져 알맞은 간 덕택에 맥주와 함께 아주 즐겁게 먹었다.
인자하신 사장님 다음 소개할 가게는 카마도. 오뎅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다. 가게 사장님께서 나이 드신 할머니이신데, 목소리와 말투 모두 인품이 느껴지게 응대해주신다. 가게에 처음 들어가서 된장 냄새가 나길래 여쭤보니 아마도 간장 베이스의 국물을 계속 끓여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신다. 여튼, 밤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낮에 근처를 지나가다 가게 앞을 찍었다.
기가 막히고 배도 부르다 가볍게 2차를 하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오뎅 비쥬얼이 살벌해서 도저히 과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콘(무), 두부 구이, 돼지 오돌뼈, 스지를 주문하니 따스하게 끓이시던 오뎅을 정갈하게 담아 내어주신다. 특히 오돌뼈와 다이콘이 백미. 그리고 숨겨진 맛으로 오뎅을 덮어놨던 목이버섯을 주신다. 오뎅 국물의 짭쪼름한 맛이 목이버섯에 적당히 배겨들어 정말 맛있다.
곁들일 마실거리를 여쭤보니 미야자키 특산 정종을 중탕하여 내어주셨는데, 처음 먹어보는 따뜻한 정종은 몸에 따스함을 불어넣어준다. 뱅쇼처럼 부담없이 마시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두번 가도 모자란 곳 앞에 붙은 한자는 읽을 줄 모르고 토쿠야 라고 기억해둔 곳. 숯불에 곱창 중심으로 고기 요리를 파는 곳이다. 무한리필 집이 아니라면 은근 부담스러워 배불리 먹기 어려운 호루몬을 이 곳에선 양껏 먹어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기름기 빠진 호루몬! 매우 쫄깃! 숯불과 만나 기름기는 빠지고 불향을 가득 입은 호루몬! 이 집에는 두번 방문하고 싶었지만 전날 방문 시 과음으로 그러질 못했다. 좌석은 다섯자리 정도 밖에 없는 자그마한 가게. 들어가니 후쿠오카에서 출장 왔다고 한 아저씨가 있었다. 부족한 일본어와 부족한 영어를 총 동원해서 가게 사장님까지 합세한 세 남자의 수다 삼매경. 내가 아는 모든 일본 노래를 부른 날 이었고, 두 일본인이 아는 모든 한국 노래를 부른 날 이었다.
빨간색 박스 안에 있는 가게들 세 곳 모두 미야자키의 유흥/식도락이 몰린 주오도리 인근에 있다. 저 빨간 박스가 세 가게가 위치한 곳. 미야자키역에서 호텔 마릭스를 찍고 걸어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파란색 빗금친 주오도리 지역은 나에겐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의 가게들이 많았지만, 이번 포스팅에 쓴 작은 노포 세곳은 가격대와 맛 모두 훌륭했다. 세 곳 모두 가게가 작아 웨이팅이 걸리면 답이 없지만, 지나가는 길에 들러 현지인 분위기로 가성비 좋은 저녁 술자리를 가지기엔 제격이다. 와이프와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가게들이었다. 연로하신 사장님들이 가게를 그만두시기 전에 한번 더 가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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