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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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토요시, 운치 있는 조용한 동네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4. 8. 2. 19:56
구마모토 공항에 내려 차를 렌트하고 아소 산 구경을 한 뒤에 약 한시간 정도 남쪽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자그마한 도시. 이름도 낯선 히토요시. 도착 전날 비가 많이 오고, 도착 당일에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도시를 관통하는 강물은 많이 불어나있었다.히토요시 동네를 낮에도, 밤에도 걸어봤는데 정말 할 일은 없다. 가게들도 꽤나 일찍 문을 닫는 편이고, 시내 중심부에 가더라도 구경거리나 놀거리, 무엇보다도 마실거리 찾기가 어렵다.하지만 이 도시의 백미는 여느 일본 도시에서 하듯 일본 음식과 술을 즐기는데 몰두하지 않는데 있다. 물이 좋으니 온천이 유명하고, 또 술이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서 샘솟는 좋은 물을 마시고, 담구고.. 물로는 꽉찬 코스가 마련되어있다. 나는 센겟츠라는 주조에 방문해서 술도 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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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싸톤 동네 둘러보기기억에 남는 장소들/아시아 2023. 6. 18. 19:47
개인적으로 방콕이라는 도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붐비고, 덥고, 대기질도 별로고, 시끄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콕도 큰 도시인 만큼 적당한 마음으로 들러 적당히 즐긴다면 가성비 면에서는 참 즐길 거리나 구경할 거리가 많기 때문에 막상 가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싸톤 지역에 숙소를 잡고 동네를 둘러봤다. 싸톤이라는 지역은 황금불 사원, 카오산 로드, 시암, 터미널21, 차이나 타운에 접근하기 애매하지만 적당한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어 터를 잡고 무리하면 걸어다닐 수도 있다. 그런만큼 관광객을 위한 구성이 동네에 가득하진 않지만 여유로운 일정으로 방문한다면 방콕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대중교통과 도보 이동으로 무리없이 돌아다녔고, 툭툭을 곁들이면 불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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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자키, 현립 미술관과 신궁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24. 23:53
미야자키가 일본 국내 신혼여행지로는 항상 수위에 꼽힌다는데, 막상 시내에서는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거 말곤 별로 할게 없다. 주변에 있는 골프장이나 아오시마 신사 덕분인지 신혼여행으로 놀러와 따뜻한 날씨를 즐기긴 좋을 것 같긴 하다. 오늘은 시내에서 둘러볼 만한 곳을 찾다 현립 미술관과 신궁을 가기로 결정. 적당히 쌀쌀한 청량감 넘치는 날씨는 걷기에 딱! 적당했다.오카다 신이치의 설계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건축가라 찾아보니 오카야마 현립 미술관과 일본 경시청 본청의 설계를 했던 경력이 대표작으로 보인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오카야마 현립 미술관에 쓰인 재료나 비례가 미야자키 현립 미술관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외관에서 풍기는 단단함과 미야자키의 바람을 형상화한 디자인은 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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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자키, 노포 3종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20. 21:27
미야자키에서의 밤을 위로해준 가게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숙소 근처 길을 걷다 그냥 들어가본 곳들로 관광객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기 보단 현지인들이 저렴하게 술을 마시고 가는 가게들이었다. 위치는 모두 비슷한 곳에 있으니 글 말미에 첨부.첫 가게는 야키토리류 꼬치 요리와 닭 요리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토리요시. 오늘 소개할 곳들은 모두 다찌석 말곤 없는 작은 가게들이다.닭의 고장이니만큼 닭 구이를 주문했다. 현지인들이 편히 들르는 가게들인만큼 가격은 비싸지 않다. 닭구이를 주문하면 사장님께서 숯불에 현란한 손길로 구워주시는데, 보는 맛도 일품이다. 보통 기름기 많은 부위를 숯불에 구우면 불이 붙어 탄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일쑤인데, 사장님의 구력이 상당하신건지 불이 붙은 닭고기가 탄맛 없이 잘 구워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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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기리시마 긴코만 국립공원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11. 00:34
관광객 중에 산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여기에 올 일이 있을까? 가고시마에서도 미야자키에서도 구마모토에서도 애매하게 멀고 동선에 넣는 순간 며칠을 그냥 잡아먹어 버린다. 지도에는 기리시마 긴코만 국립공원이라 되어 있지만, 한번 가본 느낌 상으로는 동부와 서부로 나뉘는 것 같다. 조용히 자연 위주의 감상을 누릴 수 있는 동부와 온천과 관광 위주의 기분을 낼 수 있는 서부. 나는 이번 여행에서는 동부만 방문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코스모스가 유명한 이코마 고원에 방문 했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손님은 나 밖에 없고, 심지어 매표소나 기타 운영시설은 모두 폐점 상태. 안개가 잦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덕분에 규슈를 내려다보려는 나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 호러영화 뺨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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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코노조, 쉬기 좋은 조용한 곳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3. 2. 18:11
미야자키 시에서 50km 남짓 떨어진 도시 미야코노조에 왔다. 인구 16만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면적으로 치면 미야자키 현에서 꽤나 큰 편의 도시. 교외에 위치한 저렴한 호텔에서 하루 머물러보기로 했다. 교외라 그런지 주변에 여러 상설매장들이 있다. 시내까지는 약 4~5km 떨어져있고, 대중교통편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내 구경을 못하더라도 옷가지 쇼핑이나 식사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유니클로와 GU 매장도 큰 규모로 있었고, 쿠라스시 외 여러 체인점 식당도 있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거르지 않듯, 시내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갔다. 시내의 느낌은 미야자키의 축소판(?) 같은 느낌. 사람 적고, 걸어다니기 좋고, 메인 도로 벗어나면 어둡고. 그런데 이 인구 16만의 작은 도시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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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어딘가의 시골, 히토요시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2. 27. 22:52
직장을 관두고 졸여지는 마음에 대한 보상이라도 원했던걸까. 새로운 직장을 구하자마자 잠깐의 짬을 내어 일본에 다녀왔다. 와이프는 일을 해야 하니 혼자 떠난 여행이었고, 그랬기에 여행 컨셉은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컨셉이 뭐였냐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게 컨셉이었다. 맛집이나 쇼핑몰에 대한 조사 없이 첫날 밤을 보낼 곳만 정하고, 나머지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장 저렴한 비행기 표를 끊었기에 미야자키 공항에 내렸고, 공항 바로 옆 렌트카 업체에 가서 차를 빌렸다. 닛산의 March 라는 소형차를 빌렸는데, 하루에 4~6 시간 정도 운전하기엔 작은 차라 그런지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혼자 왔기에 이겨낼 수 있지. 와이프와 함께 왔다면, 와이프가 불편해 한마디 하기라도 했어봐. 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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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아와지섬 유메부타이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1. 22. 20:15
백단원으로 유명한 아와지섬 유메부타이에 왔다. 고베 대지진의 희생자를 기리는 백단원만이 아니라 안도 다다오가 말한 것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걸 다 해본 그 곳이다. 물의 절이랑 세트로 묶어 왔기 때문에 물의 절에서 내려와 길가에서 버스를 타니 바로 올 수 있었다. 물의 절처럼 이런 곳에 정말 있다고? 싶은 마음이 들면 유메부타이에 다다르게 된다. 구글 지도가 안내해주는대로 믿고 따라가면 된다. 입구에서 내려 보이는 호텔을 지나치면 말 그대로 꿈의 무대가 펼쳐진다. 효율성보다 좀 더 걸어야하는 불친절한 동선에 안도의 작품임이 물씬 느껴진다. 곳곳에 눈에 띄는 재료의 투박함이 자연 속에 있다는 점 역시 그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도처에 널린 조형물들이 많아 되려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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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아와지섬 물의 절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3. 1. 2. 19:07
짧게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 좋은 우리나라. 그만큼 일본 여행은 식도락과 쇼핑이 주가 되는 것 같다. 언제나 저렴하게 갈 수 있다는 점이 되려 쉬운 여행을 부추기는 느낌. 그런 면에서 아와지섬은 한국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관광지에 해당하긴 어렵다. 차라리 다카마쓰나 마쓰야마가 유명한 시코쿠섬에 가지, 아와지섬에 들러서 하루를 보낸다는건 일본 여행이 주는 효용에 어긋난다. 그러나 고베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니시마이코나 마이코역에 내려 아카시대교를 구경한 나에게는 이보다 효율적이고 효용을 주는 동선이 또 없다. 아카시대교 본토 쪽에서 버스를 타면 물의 절에 쉽게 도착할 수 있다. 고베시에서 바로 아와지섬에 방문하려면 직통 버스가 있다. 중간에 일부 정류장에서만 서고 고베 산노미야와 아와지섬을 빠르게 오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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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밤거리 둘러보기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2. 12. 26. 14:12
고베 산노미야역과 모토마치역 근방 바다를 등진 내륙 쪽에는 그야말로 Downtown 이 펼쳐져 있다. 바다 내음이 섞인 공기를 맞으며 밤거리를 걸어보았다. 간단한 요기거리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니혼슈나 생맥주를 곁들인 술자리를 가지기에도 제격이다. 홀로 떠난 여행이니 좀 더 걷고 아끼자는 심산으로 산노미야역까지 15분 가량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지만, 매일 밤마다 이 근처를 떠돌며 고베의 밤을 위로하곤 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고객이 없어 내 마음이 내키는대로 행하면 된다. 고베 첫날 들른 술집에서는 주인장 추천대로 먹고 마시겠다고 했다가 낭패를 봤지만, 이튿날 저녁 부터는 전문성이 생겼는지 내 마음도 꽤나 괜찮은 가게들을 찾아내곤 했다. 마지막 날 들른 가게는 이쿠타 신사 근처에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