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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아카시 대교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2. 3. 22. 09:05
明石海峡大橋.
건설회사를 다니며, 교량 현장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거니와, 신입사원 시절 울산대교 주탑 위에 올라가 내려다 본 광경에 매료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터키의 차나칼레 대교가 세계 최장 주경간 현수교의 지위를 가져갔지만, 내 마음 속에서 만큼은 아카시 대교가 최장 현수교이다.
막연한 궁금증으로 아카시 대교를 보자는 생각 하나로 찾아갔던 고베에서는 좋은 건축물들과 좋은 분위기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아카시 대교는 그 중 첫번째였다. 주교량 사이의 드넓은 경간장이나, 버스를 타고 건너며 상승하는 메인 케이블의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엥커리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메인 케이블을 고정하는 엥커리지의 크기가 상당하다. 저 엥커리지를 통해 교량 상판의 아래로 진입해볼 수 있는 관광코스도 구성되어 있으나, 단순히 저 크기에 압도되는 경험은 지금 떠올려도 남다르다. 단순한 비례와 큼직한 디테일 그리고 엄청난 매스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감탄했었다.
한참을 엥커리지 근처에서 서성이며, 괜히 일본에서 건담이나 에반게리온 같은 거대 로봇물이 나온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을 통해서도 상상력을 자극해보려는 과거의 시도들이 축적되어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베와 히메지 사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아카시 대교를 구경하고, 대교 넘어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경험들이 쌓일 수 있다는 점. 특히 고베는 대지진을 극복하며 다소간의 '신식' 이미지를 가지고, 히메지는 고성으로 대표되는 '구식' 이미지를 가진다는 점. 그 사이에서 아카시 대교가 아와지 섬으로의 길을 열어 준다는 점. 나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남겨져있던 아카시 대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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