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고베, 효고 현립 미술관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2. 4. 23. 10:56
켄틸레버 하나만으로도 예술이야 산노미야에서 걸어서 약 30분. 구글맵으로 봤을때는 만만해보이지만 대로변을 걸어야하기도 하고, 나처럼 더운 여름날에 걸어가는건 정말 추천하기 어렵지만, 가는 길에 효고 현립 미술관 외에도 다른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재미는 있다. 그런데 그 건축물들도 미술관 근처다.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기에, 돌아올 때는 고베시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사용해보았다. 역시 문명의 혜택이란.. 흘린 땀 만큼이나 재밌다.
자판기에서 물을 뽑아 마시기도 하고, 오전 10시 경의 무더위와 싸우며 걸어가다보니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쭉 늘어진 켄틸레버가 다시봐도 예술이다.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비례와 구조가 마치 예술의 신전 같기도 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이번 고베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기도 했던 순간.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안도의 작품 전시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우선 건축물을 한바퀴 돌아본다. 본관이라 생각했던 맨 위에 3개 동은 커튼월로 마무리된 공간이고, 실제 본관은 그 아래 석조 건물이다.
그래도 이 건축물의 백미는 켄틸레버와 이를 엄격한 비례로 받치고 있는 3개의 유리 건물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그림자 밑에 있으면 석조 건물 재료의 차가움이 올라와 더위를 식혀준다.
위 사진에서 보인 계단을 올라와 뒤를 돌아보면.. 건축물이 바라보는 풍경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다. 비례와 분절이 프레임을 만들어준 까닭에 평범할 수 있었던 마리나와 고가도로, 그리고 바다가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이 건물을 지을 때는 이 정도 높이에서 바라볼 수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이런 완벽한 프레임을 기획할 수 있었을지 사뭇 궁금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콘크리트와 재미난 구조를 체험해보는 것도 즐겁다. 한창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안내해주시는 분께 여쭤보니 안도 작품 전시는 저번달에 끝났다고 한다. 비정기적으로 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것 같은데, 인터넷 번역이 뭔가 잘못되었나보다.
아주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내부를 돌아다니다보면 본 전시관도 만날 수 있고, 작은 전시관도 만날 수 있다. 내부 공간도 예술의 신전 다운 분위기의 웅장함이 일품이다. 효고 현립 미술관은 피카소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하니, 운이 좋으면 대형 전시도 관람해볼 수 있겠다. 내가 갔을 때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가 메인 테마라서, 전시된 작품들 보다는 미술관 내부의 공간을 느끼고 만져보는데 더 의미를 두었다.
건물 뒤로 나오면 왔을 때 걸었던 대로변이 다시 나온다. 이 쪽 방향에서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덩굴이 매우 인상적이니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번은 미술관을 한바퀴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도의 작품 중 내부에서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장소는 여러군데 있지만 콘크리트의 물성까지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인데, 이 미술관에서는 원없이 만져볼 수 있었다.
켄틸레버 밑에서 햇빛을 피하며 바라보는 고베항 방면의 풍경도 놓치기 아쉽다.
'기억에 남는 장소들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오키나와 이유마치 어시장 (0) 2022.05.26 일본 도쿄 도청 (0) 2022.05.13 일본 히메지, 히메지 문학관 (0) 2022.04.17 일본 히메지 효고 역사박물관 (0) 2022.04.09 일본 도쿄 St. Mary 대성당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