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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이유마치 어시장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2. 5. 26. 05:57
나하 시내에서의 가까운 거리 덕분에 오키나와를 들리는 여행자들에게 작은 식도락을 선사해주는 어시장. 도쿄나 오사카에서 봤던 큰 규모의 어시장을 생각해서는 실망할 수도 있으나, 양식과 일식이 절묘하게 만나는 오키나와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그럭저럭)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무료 주차라는 이점을 누려 오키나와에서 많이들 애용하는 렌트카를 가지고 방문하기 좋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아는 척, 속 깊은 척, 그러면서 문득 솔직한 척 하며 글을 써오곤 했지만, 오늘은 건축이나 매크로 경제 같은 내가 얕고 넓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용을 풀어내고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 어시장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건 무조건 고화질 업로드! 하나에 무려 4천원이 넘는 비싸디 비싼 석화. 와이프를 졸라 하나만 먹어보자 하고, 레몬만 살짝 뿌려 내가 홀라당 다 먹어버렸다. 이빨로 끊기 힘든 탄력있는 재질이기도 하거니와, 처음 석화의 육체가 내 혀에 닿을 때 이것을 잘라먹으면 큰 실례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 만큼이나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대단히 부드럽다. 보통 혀에 남는 살짝 비릿한 냄새도 없이 깔끔한 풍미만 남기며 찰나에 넘어가버린다. 입 안에 머무를 시간만 따지면 역대급으로 짧았던 음식일테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에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즐거운 식도락이었다.
어시장을 오가다보면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오키나와의 조용한 아침 분위기. 오키나와와 제주도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색다른 경험을 하기엔 다소 아쉽다는 의견들도 있으나, 제주도는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구경거리가 일품이라면, 오키나와는 머리가슴배로 나뉜 비슷하지만 또 다른 분위기가 일품이랄까. 두 섬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다. 오키나와를 둘러보고나서 느낀 점은 내 일본어 실력이 원어민에 필적할 만큼으로 발전한다면, 은퇴하고 나서는 오키나와에서 살아보는 것도 즐겁겠다는 점 이었다. 오키나와 특유의 열대 태풍을 겪어보면 마음이 싹 가신다는데, 은퇴하고 나서는 그런 다이나믹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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