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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도쿄국제포럼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2. 6. 5. 09:17
로고부터 실험적인 정신이 풍겨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종로타워로 유명한 라파엘 비뇰리의 작품이자 도쿄 랜드마트 중 하나인 '도쿄 국제포럼.' 유라쿠초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기가 어렵지도 않고, 주변에 쇼핑센터나 구경거리도 많아 도쿄에 방문해서 빠지기 아까운 곳이다.
밖에서 보면 배의 용골이 형상화된 모습을 눈으로 직접 즐길 수 있는데, 반대편으로 갈 생각을 못하고 한쪽에서만 찾아보려하니 사진 스팟을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다. 내 생각엔 긴자 방면에서 감상하기보다는 그 반대편인 치요다 방면에서 감상하는게 겉모습을 즐기기엔 더욱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내부에서 본다고 대단함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아닌데, 한쪽 끝에서 반대편을 조망하면 구조체가 햇빛에 비쳐 늘어진 배의 용골이 비쳐지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고, 이 거대한 매스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도 볼 수 있다. 햇빛이 쏟아지는 아트리움을 통해 각각의 전시회장으로 입장하면서 사람들은 아마도 새로운 분야로의 항해를 준비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한쪽 벽면에 우드슬랩으로 정리된 입면은 설계자가 포럼에서 얻어가는 지식의 항해를 진정으로 꾀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차분하게 정리되어있으면서도 철골 구조의 차가움을 정리해주고 있기에 벽을 만져보면서도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트리움은 살짝 지하로 파고 들어가기에 바깥에서는 안을 훤히 볼 수 있고, 안에서는 바깥의 녹음이 그대로 전해져 들어온다. 내외부의 조화는 전혀 차갑다고 느껴지지 않고, 되려 햇빛을 즐기며 걸어다니기엔 최적인 상황을 연출해준다.
일관성 있는 철골구조가 자아내는 안정감도 훌륭하다. 용접도 훌륭하게 마무리되어 있어서 곳곳을 돌아다니며 감탄을 자아내는 디테일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유명한 기둥. 저 기둥하나가 크나큰 매스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무렵, 뒤를 돌아보면 그로 인해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이 거룩함까지 자아낸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이런 건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 구조공학의 결정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손색이 없다.
유리로 마감된 한쪽 벽면 반대편에는 거대한 Void 와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복도가 있다. 경사각이 적당해서 굳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전시관을 찾아가는데 하등 무리가 없다.
이 곳을 돌아다니면서 아쉬웠던 점은 딱 하나. 메인 전시관의 층고가 조금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 뿐이다. 전시가 한창이라 사진으로 담진 못했지만, 메인 전시관에서도 웅장함을 느끼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쪽에 도쿄도청이 있다면 동쪽에는 국제포럼이 있었다. 계속된 개발로 국제포럼은 이제 도쿄 서쪽 고층 빌딩들 사이에 묻혀버린 과거의 범선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내부 공간을 휘저으며 돌아다녀보면 깨끗하게 정리된 선과 햇빛이 투과하여 만들어내는 장관은 아직 랜드마크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전시회장들이 속속 기획되고 있다. 잠실 운동장이나 삼성동 현대자동차 GBC의 계획에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MICE 센터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여울역 SETEC 의 효율성 몰빵 설계와 일산 킨텍스의 규모 올인 설계가 아닌 새로운 지식으로의 여행을 준비해줄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희망한다.
다시 도쿄에 가게 된다면 꼭 치요다구 쪽에서 조망한 국제포럼을 눈으로 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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