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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메지, 히메지 문학관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2. 4. 17. 17:25
차가운 콘크리트도 따뜻했던 곳 히메지 성에서 도보로 약 10분 안되게 걸으면 나오는 히메지 문학관. 히메지를 포함해 시소시를 통칭해서 부르는 하리마 지역의 작가들을 기념하는 장소이다. 부족한 일본어와 일본문학에 대한 지식 때문에 내부는 둘러봐도 잘 모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여 오늘은 건축물 내부 컨텐츠 보다는 건물 자체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물과 창에 비친 고즈넉한 히메지시의 풍경이 문학관의 공간으로 넘어오는 모습이 일품이다. 안도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빛과 물에 대한 남다른 활용을 엿볼 수 있는데, 물의 절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거울 같은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차가운 콘크리트의 질감은 주변의 낮은 지붕들과 따로 또 같이 소통하고, 하리마 권역의 풍작을 기원이라도 하는 듯. 계단식 논을 닮은 못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건물 내부에서 찍은 사진들도 많지만, 이 건물은 안도 작품의 외부 디테일에 더욱 집중해서 구경하고 왔다.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위대한 건축가가 히메지라는 작은 도시에서도 이런 디테일들을 풀어 놓았는지를 생각하면, 일본의 소프트파워는 우리 생각보다 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마침 방문 했던 여름철의 푸른 녹음과 직선과 회색의 콘트리트가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언제봐도 인상적이다. 히메지 문학관에서는 인근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감상할 수도 있으나, 내부에는 인근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도 제공한다.
내부 카페테리아에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 겸 카페가 있었는데, 내가 언제 안도의 작품 안에서 식사를 해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주문해서 먹었다. 내부는 콘크리트와 나무 그리고 책으로 구성된 공간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분위기만큼이나 원숙해보이시는 할아버지가 파스타를 만들어주시고, 할머니가 서빙을 해주신다.
연륜이 담긴 요리 실력과 공간의 특별함은 맛을 배가시켜주기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평일 오전에 방문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조용한 곳에서 나 혼자 후르륵 소리를 내며 스파게티를 먹는 순간은 지금 떠올려도 참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더 밝아진 날씨를 즐기고자 문학관을 한바퀴 도는데, 홀을 감싼 경사진 길을 올라가다보니 히메지성이 보인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적인 순간이다. 지역의 문학사를 보존하고자 만들어진 현대적인 건축물이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모습만으로도 가치가 있는데, 멀리서 히메지성이 다시금 현대와 과거를 교차시켜주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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