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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과 동굴이 있는 신궁, 미야자키 우도 신궁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5. 5. 14. 11:51
미야자키는 일본인들에게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신혼여행하면 해외여행을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우리네 정서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일본인의 여권 보유율이 15% 남짓이기도 하고, 일본 안에서도 지역별 특색이 구별된다는 점을 보면 신혼여행으로 국내 여행을 한다는게 되려 일본인들에게는 상식이고 정서일 것이다.
미야자키는 따뜻한 남쪽 규슈 지역에서도 태평양을 접하고 있어 이국적인 식생을 엿볼 수도 있고, 해변가 따라 여러 여행 스팟들이 있기에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미야자키 시내에만 머무르면 좀 아쉽다고 느낄 분들을 위해 오늘은 미야자키 인근 우도신궁에 대한 포스팅을 올려본다.
출발 전 든든하게 미야자키 역전앞 우동이다. 아침부터 일찍 일정을 시작해 우도신궁을 거쳤다가 아오시마 구경까지 하고 올 계획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 열차 시간이 좀 남았길래 현지인들이 후루룩 먹고 가는 역전앞우동을 아침 메뉴로 선정.
평범하게 깊다 우동하면 떠오르는 그 맛이다. 다만 우동의 본산 일본답게 한국보다 국물이 조금 진한 느낌. 역 앞에 서서 먹는다는 기분이 맛을 배가시켜준다. 점심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유부초밥과 주먹밥까지 시켜 둘이서 든든하게 먹었다. 가격도 저렴하니 양껏 먹어도 부담되지 않는다.
우도신궁은 전철이나 버스타고 갈 수 있는데 어떤 방식을 택해도 편도 이동에만 1시간반~2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앉아서 1시간 넘게 이동할 바엔 경치 구경도 하며 설렁설렁 갈 수 있는 전철이 낫다고 생각해서 전철을 탔다.
절벽에 신궁이.. 전철을 타고 한 30분, 고도모노쿠니역에 내려서 버스타고 다시 30분. 중간 중간 걷고 도착해서 걷는데 30분. 한시간 반의 여정 끝에 신사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반겨준다. 오르락 내리락 길을 걷고, 짧은 터널도 통과해서 걷다보니 신궁에 도착. 절벽에 위치한 신궁은 맹렬하게 부는 바닷바람부터 조경까지 색다른 느낌이다.
골인하면 행운 이곳에서는 트레비분수 동전 던지기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행운을 빌어준다. 5개에 200엔 정도 하는 흙공(?)을 던져 저 위 동그라미 안에 넣으면 행운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도신궁이 기도빨을 미치는 분야가 "사랑, 순산, 결혼" 쪽이라니 한구한구 집중해서 던진다. 와이프와 2개씩 던졌는데 모두 노골. 마지막 하나를 내가 던지기로 하고 마음을 담아던졌더니 기적처럼 골인. 덕분인지 결혼한지 7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사랑이 가득하고 아이도 태어났다.
분위기가 좋아~ 이곳에 일본의 초대신황인 진무천황의 아버지를 모시기 위한 신궁이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깊은 속내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오르는 국운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것 같다. 그만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다. 더운 날씨에 방문했지만, 맹렬한 바람 덕분에 땀방울을 식히며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우도신궁은 절벽을 따라 늘어선 빨간 계단 말고도 동굴 안에 모셔진 재단도 볼 수 있다. 서늘한 동굴 안에서는 기도빨이 배가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국적에 상관없이 일단 행운을 모아놓자는 심산으로 앞 일본인이 하는 기도 방식을 따라 나도 기도해본다.
바람이 세다니깐.. 나오는 길에 돌아서서 찍은 입구 쪽의 모습. 거센 바람을 볼 수 있다. 반팔 반바지입고 여름의 막바지에 방문했는데, 정말로 땀이 다 식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계단 많아요 색다른 지형에 위치한 신궁이라 그런지 접근성이 아주 친절하진 않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오기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계단을 거쳐야 도착할 수 있다. 갈때는 내려가는 편이고, 올때는 올라가는 편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방문해서 사랑을 쟁취하라는 뜻에서 이렇게 지어놨나보다.
가는 길.. 상술했듯, 버스에서 내려 20분 정도를 걸어야한다. 가는 길에 터널도 있고 이런 길도 있다. 신궁 가는길 치고는 소박하다고 해야할지 모르나, 신궁으로 가는 인파가 적지 않기 때문에 길 잃은 위험은 없겠다.
우도 신궁입니다. 미야자키 시내도 찾아보면 할 일이 꽤나 있겠지 싶지만, 바닷길 따라 열차타고 흘러와 절벽을 마주한 신궁을 구경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나절 정도 일정을 잡으면 우도신궁과 아오시마를 동시에 해결하고 저녁에는 미야자키 시내에서 여독을 풀 수 있는 코스를 짤 수 있다. 혹시 모를 행운과 사랑을 주워올 수 있을지 모르니 방문 추천.
하늘 좋고 일본의 신궁을 가보면 차분한 분위기에 목소리도 낮춰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우도신궁은 분위기도 활기차고 신궁에 돌던지기라는 액티비티(?)가 있다는 점도 색다르다. 미야자키 방문한다면 바닷가 따라 여행하는 셈 치고 들려보시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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