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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27, 좋은 관계에 대한 생각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3. 27. 15:01
날이 좋으니 대화도 꽃을 핀다 지금의 와이프와 9년 넘게 연애를 하고, 결혼한지는 4년이 되어간다. 내가 살면서 만나본 이성이라곤 와이프가 전부라는 뜻이다.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한 사람과 깊게 교제해왔음에도, 아직 와이프를 안다고 하기엔 한참 모자라다.
어제는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화창하게 개어있다. 추웠던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면서 꽃들이 피듯, 날씨가 좋아질수록 우리 사이의 대화도 꽃을 핀다. 날이 좋으니 나누는 이야기들도 대부분 좋은 감정을 담은 얘기들이다.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좋은 관계란 어떤 관계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짧게 생각을 해보니 '우상화 하지 않는 관계'가 좋은 관계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처럼 한 사람을 오래 만나온 사람은 자칫 쌓인 시간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상대방을 우상화할 여지가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한 사람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엔 어떤 생각이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내가 원하는 사람을 그려놓고 상대방을 이에 끼워맞추는 우상화의 과정이 결국은 오해와 불신을 낳아 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상대방에 대한 섣부른 결론이나 정의를 내리려 하지 않고, 내가 신의성실하게 관계에 임하면 상대방도 같은 방식으로 나를 대해주는 것. 하나의 이상형을 그려놓고 그 곳에 끼워맞추려 하지 않는 것. 좋은 관계란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와이프를 알게된지 15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아직 나의 아내라는 우주가 나의 우주와 만나려면 한참 남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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