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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Yankee Stadium기억에 남는 장소들/미주 2022. 3. 26. 10:35
붕 뜨는 시간이 생겨 급하게 예약하고 찾아간 양키 스타디움. 외관이 상당히 고풍스럽다. 글로브 라이프 필드 내부의 웅장한 분위기나 부시 스타디움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건너뛰고라도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
숙소로 묵은 렉싱턴 에버뉴의 낡은 호텔에서 양키 스타디움까지는 한번에 가는 지하철이 있었다. 6월의 뉴욕은 무척이나 더웠고, 체류하는 내내 비가 내려 습도도 엄청났다. 호텔에서 그랜드 센트럴역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많은 땀이 났다. 그래도 한번에 지하철로 연결되니 움직이기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전 미드에서 보던 할렘을 지나서야 양키스타디움이 위치하고 있었고, 맨하탄 북쪽으로 갈수록 열차에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다소 긴장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일정이 비어 급하게 결정한 양키스 경기 관람은 운이 좋게도 다나카의 선발 경기였고, 상대는 템파베이였다. 최지만 선수가 출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기에 제일 꼭대기층에 앉아 경기를 봤지만 적당한 주전부리들과 함께하는 경기 관람은 환상적이었다. 타자가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거나 호수비가 나올 때 함성과 박수소리가 커지는 경험은 양키스와 레이스의 팬이 아닌 나로서도 몰입을 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예전 카디널스의 외야에서 준수한 플레이를 해주던 토미 팸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색다른 재미였다. 경기는 다득점이 나지 않았지만, 내가 본 이 경기가 다나카가 오랜만에 호투한 경기였다고 한다. 이젠 일본으로 돌아가 미국에서 다시 보기 어려운 다나카 선수의 경기라는 점을 위안삼아야겠다. 경기가 끝나고 어두워지니 날이 급격히 추워졌다. 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밤이 되니까 제법 쌀쌀하다. 양키스의 팬들을 위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1층의 샵들을 구경하다 다시 열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야구 경기를 보러가면 너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사실 누구보다도 그 분위기에 취해 재미있는 현장 관람을 즐기는 나이지만, 미국의 관람문화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들 경기를 보러온건지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러 온건지 헷갈릴 정도로 얘기만 하다가도,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함성과 박수로 관심을 보내주는 모습이 경기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꼭대기층이라 선수들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 형의 소개로 2000년대 중반부터 MLB 에서는 카디널스를 응원하고 있다. 형은 야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 OPS, SLG 등등 알아듣기도 힘든 야구 분석과 관련된 용어와 카디널스가 네셔널리그 최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이라는 점 등의 역사를 설명해주며 나에게 영업(?)을 했지만, 나는 선수들이 대체로 차분해보이고 선해보여 마음에 든다는 점, 유니폼이 예쁘다는 점 그리고 (2010년 초반까지) 유망주들이 가진 스토리와 높은 팜랭킹에 반해 지금까지 응원을 하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 투자와 의사결정으로 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도 가을에 가까워질수록 뭔가 특별한걸 보여주는 팀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직관을 해보고 느꼈던 좋은 감정에 취해 언젠가 부시 스타디움에서 웨인라이트와 몰리나가 선발로 출전하는 경기를 봐야겠다는 다짐을 형과 얘기한 적이 있다. 형도 같이 가서 일주일동안 경기만 보다 오자고 떠들고 그땐 라인업이 어떨지 상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었는데, 형은 벌써 아빠가 되고, 웨인라이트와 몰리나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네.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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