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월요일.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에겐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대학교 1학년 이후로 망령같이 달라붙어 나를 잠식한 질병과의 사투가 어땠는지 결과를 듣는 날.
9년 전이었던가.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던 날엔 세상이 무너졌었다. 그렇지만 나보다 당황한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어디가서 울 수도 없었고, 그저 잠시 내려놓자는 생각만 강하게 들어 무작정 쉬어봤었다. 쉬는 기간동안 적지 않은 재미난 경험들을 따로 채웠고, 그 뒤로는 큰 문제없이 내면이 강해졌다는걸 느끼며 살아왔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좀 더 어른이 된 나. 그런 나에게도 무작정 쉬어보자는 생각이 다시금 차오르긴 한다. 그래서 결과를 기다리는 이 와중에 부쩍 와이프에게 해외 가서 사는 일이라던가 지방에 내려가 사는 경우를 이야기하고, 회사에 재미가 없다는 투정을 부리곤 한다.
불안하다. 담배와 술을 즐겼던 과거의 내가 미워지기도 한다. 제발 결과가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모르겠다. 결과가 나쁘면 어찌해야하는건지. 나를 믿고 20년 가량의 시간동안 성장해야하는 아이도 있는데. 이제 조금 와이프와 아이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게 행복할런지 그 실마리가 잡히기 직전이었는데..
생각은 중력에 영향을 받아 밑으로 흐른다. 그리고 밑으로 가는 방향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하다. 9년간 컸다고 생각했는데, 이 구렁텅이에 다시 빠져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하나도 크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