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히토요시, 근본과 정성의 히토요시 료칸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2024. 8. 24. 13:21
근본 그 자체 히토요시라는 도시는 인구가 3만명 정도에 대단한 산업 기반이 있다거나 접근성이 좋은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몇군데 괜찮은 료칸이 있다.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라 그런가. 여튼 괜찮은 료칸들 중 가장 좋은 곳이라 생각되는 이 히토요시 료칸은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지만 한국인들도 심심치않게 방문하는 곳이다. 대부분 골프 여행을 위해 히토요시에 왔다가 이 료칸에 머물고 가는 것 같다.
역사와 전통과 재건 2020년 큰 홍수로 인해 여관 1층은 모두 잠겼었고, 여관에는 당시 상황을 볼 수 있는 여러 사진들이 있다. 깨끗하고 정갈한 복도에서는 홍수가 할퀴고 지나간 상흔을 상상하긴 어려웠지만, 참담한 심정을 접어두고 복구에 온 힘을 다한 모든 분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리버뷰 방 안에서는 구마 강이 흐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벗삼아 여관에서 내어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다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역사를 담은 그림.. 구마모토 현의 유일한 국보, 구마 강, 은어 등등이 그려진 장식. 여관 체험을 위해 복도를 거니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은어 구이 여관답게 내어주는 식사는 일품이다. 첫날 저녁에는 솥밥과 디저트(아래아래 사진)가 대미를 장식하는 일본식 정찬이 나오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느낌이다. 정갈한 식사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를 차려주시는 서버 분들 사이에서 혓바닥은 즐거움에 춤춘다
은어회 구마 강의 특산물이 은어인지, 은어 요리가 많이 나온다. 회, 구이, 조림으로 나오는 은어는 담백하고 청량한 느낌이다. 민물 고기에서 나는 흙냄새도 나지 않고, 살이 잘 오른 전어와 비슷한 맛이다.
디저트(이게 예술) 으레 일본 가이세키 집에서 내어주는 일본식 디저트의 재해석 버전인 몽블랑+앙금+크림 삼중주가 첫날 저녁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일본 음식을 먹다보면 좀 짜다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텁텁해진 입을 디저트 한 입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사진은 주로 첫날 저녁식사를 위주로 올렸는데, 다음날 아침식사도 일품이었다. 위에 부담가지 않을 부드러운 두부요리부터 카레까지 양껏 먹고 배를 두드리기 좋은 조합으로 나온다.여관 중정에서는 새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여관의 또다른 재미는 욕장에 있다. 노천탕에 몸을 담은 채로 새소리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몸을 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천탕이 일반 실내 욕장보다 좋았다. 개방감도 좋았는데, 물이 너무 뜨거워서 실내 욕장에서는 몸을 제대로 담글 수 없었다. 하지만 열탕에서 몸을 지지는게 두렵지 않은 상남자들에게는 실내를 추천.
히토오시 료칸의 3대 안주인 분께서 한국인이시라는 점, ‘20년에 홍수 피해를 딛고 일어난 희망의 여관이라는 점, 히토요시 중앙에서 버팀목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점. 갖다 붙이자면 마음에 들 이유를 찾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융숭한 대접을 해주신다는 점, 맛있는 요리와 따스한 배려가 있다는 점, 따뜻한 욕장에서 몸을 풀고, 푹신한 이불(정말로 푹신함이 남다르다)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점.
근본이지 아닐 수 없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곳이다.'기억에 남는 장소들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구마모토, 시내 구경과 다이칸보 (4) 2024.09.19 일본 구마모토, 우메노 토도로키 폭포와 예술 소바 (6) 2024.09.13 일본 히토요시, 운치 있는 조용한 동네 (0) 2024.08.02 일본 미야자키, 현립 미술관과 신궁 (0) 2023.03.24 일본 미야자키, 노포 3종 (1)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