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단한 생각이나 별다른 욕심이 없는 편이다. 하루하루 적당히 살고, 적당히 일하고, 가끔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이런저런 생각(혹은 망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와이프가 원하는게 있으면 최대한 해보려고 하고, 필요한게 있으면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내 주도로 해야된다는 무언가에 대해 발제를 해본다거나, 반드시 무엇을 해야한다 식의 생각도 잘 하지 않는다.
그렇게 큰 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올해는 그렇게 살며 모아둔 재산의 많은 부분을 써버려야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재산세 1, 2기분을 내니 솔직히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긴한다. 올해 순전히 나만을 위해서 한 일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만을 위해서 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내 주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기쁘니 이 역시 나를 위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돌고 있는 삶의 궤도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게 싫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의 궤도에 굳이 들어가 영향 미치고 싶진 않은데, 다른 사람들은 내 인생 궤도에 허락없이 들어와 무단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만 같다.
보통 이런 생각이 들면 내 안의 어떤 욕망이 채워지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