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08. 26, 스릴이란 역설적인 것

Almaymente 2022. 8. 26. 12:12

하늘이 예술하네

 누군가에게 내 일상을 설명하면 따분하기 그지 없을 수 있다. 운동, 회사, 집, 산책, 독서(혹은 미디어 시청)으로 고정된 일상에 가끔 내키면 공부를 하는 정도가 전부다. 한달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 하는 저녁 약속 자리를 제외하면 평일은 저렇게 고정된 스케쥴로 보내고, 주말엔 저 일정에서 회사만 빠진다. 어디 놀러가는 취미도 없거니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싶은 마음도 없다. 와이프도 나와 비슷해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멋진 곳에 놀러간 친구 이야기나 이태원에서 광란의 밤을 보낸 이야기를 전해들을때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부러운 정도에서 그치고, 나 역시 금방 잊는다.

 

 하지만 고정된 스케쥴로 돌아가는 일상이 이어지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 속에 따분함이 찾아온다. 스릴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니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하거나, 자산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는 일들을 하겠지.

 

 도박보다 위험한 투자도 해보고, 와이프가 출장 중일 때에는 건강에 해가 갈 정도로 술을 마셔보기도 하면서 몇번의 스릴을 경험한 결과, 도박을 실패로 돌아가고 술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취했었다. 와이프가 이 모든 사실을 알면 무슨 스릴이 있겠는가. 모두 나만의 비밀로 간직해보려고 했다. 그러니 스릴이 재미보다는 죄책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와이프와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나와 와이프 사이엔 체감하는 것보다 큰 감정의 고리가 생겨 있었다. 죄책감은 그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 같았다. 결국 투자의 실패나 무리한 과음 등 스릴을 추구해보려 했던 일들에 대해선 솔직하게 고백하고 내가 느낀 점들을 공유했다. 마음이 훨씬 편해지니 와이프를 대하는 마음도 순수한 사랑에 가까워진다.

 

 대단한 스릴을 추구한 것도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고정된 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큰 스릴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지만, 나에게 벌어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선선해지니 간혹 찾아오는 따분한 감정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