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서 남긴 조각들/30대 유부남 일기

2022. 06. 29, 혼자서도 즐거워

Almaymente 2022. 6. 29. 06:02

핸드폰에 온통 강아지 사진 투성이라 나의 근황을 대변할 수 있는 사진이 없다. 한달만에 우리 부부의 일상을 잠식해들어와 이젠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결혼생활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나이도, 구력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 관계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한 사람과 9년간의 연애 후 결혼에 골인하여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가..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살고 있지만, 마냥 희희낙락하며 24/7 엔돌핀이 분비되는 삶은 아닌데..

결혼 이전에 한 사람을 깊게 탐구하는 일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쌍방향으로 솔직하게 소통하며 서로에 대한 믿음(대신 정형화된 패턴이 아닌)을 쌓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하고, 성숙한 대화 방식을 배울 수 있는게 결혼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종속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별로라고 생각한다. 독립적인 개인으로 활동하고 사유하며 각자의 영역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개인 둘이 만나서 하는게 결혼이지 둘이 자웅동체가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조건이 되면 많이 피곤해질거라 생각한다.

와이프가 혼자 외출하는 주말엔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야구를 본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틀어놓고 강아지와 놀아주기도 하다가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책도 몇페이지 읽어보는 그런 조용한 날을 좋아한다. 혼자 있을 때에는 이렇게 글도 써보고,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보기도 한다. 어떻게보면 부부 사이에서도 가장 필요한건 각자 혼자서 가지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와이프와 수다를 떨다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지수가 올라가 오버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말로는 양반인 척 굴었지만, 사실은 나야말로 와이프에게 종속된 존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