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
우리나라 뉴스들을 보다보면 1년에 한번씩 후지산이 폭발하고, 일본은 이미 개도국의 지위로 속락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여전히 건재한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레이딩이나 자원개발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몇 남지 않은 상사라는 업이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며 무려 5개의 초대형 상사 업체가 남아있기도 하고, 해외 투자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화폐 중 하나는 여전히 엔화다.
물론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환상은 조금씩 벗겨지고 있고, 인구 감소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의 활력 저하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정밀 부품 같은 쪽에서는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경쟁력을 잃어버리진 않을 것 같다. 나고야 여행 당시 봤던 드림리프터는 그런 일본의 전세계 Supply Chain 에서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준다. 항공기의 부품을 적시에 그리고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B747 기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림리프터는 아마도 드림라이너의 부품을 싣고 유럽과 미국의 공장들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나고야를 죽 둘러보며 다채로움은 다소 떨어지는 도시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부러웠다. 도쿄 - 나고야 - 오사카로 이어지는 거대한 경제 벨트와 광대한 평야는 다소간 인구가 줄더라도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 주부 국제공항에서 만난 드림리프터는 그 부러움에 정점을 찍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림라이너. 탄소섬유 기반의 날개와 획기적인 연비는 허브 엔 스포크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은 항공업계에서 인기를 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새로운 여객기 패러다임을 여는 비행기 생산의 한 부문을 일본이 담당하고 있다니.. 들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드림리프터를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주부 국제공항에 대한 포스팅도 아니고, 나고야 여행에 대한 포스팅도 아니게 될 것 같아 하나 덧붙이자면..
나고야는 나고야 성 외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으나, 수많은 오피스 빌딩들을 보면서 일본 샐러리맨의 기분을 느껴보기엔 정말 적합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코스도 딱히 없으니 일본 사람의 일상에 젖어들어 마음 편히 둘러보기 좋은 도시랄까.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카페에 들러 먹고 마시며 조용한 업장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샐러리맨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 사이에서 아주 특별하지 않아 되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