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장소들/일본

일본 히메지 효고 역사박물관

Almaymente 2022. 4. 9. 12:30

차경이 예술이다

 고베 여행 중 빼놓기 아쉬운 곳이 히메지이다. 고베 산노미야 역에서 전철로 한번에 히메지역에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상당하다. 히메지 자체는 작은 도시이지만, 히메지 성이 있어서 일본의 고성을 차분히 그리고 자세히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히메지성을 한바퀴 걷고 근처 가볼만한 곳들을 둘러보는데 두 다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히메지성은 히메지성에 대한 글을 따로 적기로 하고, 히메지성 바로 뒤편에 위치한 효고 현립 역사박물관에 대한 글을 먼저 적어보려고 한다. 대표 사진으로 지정해놓은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외관에 비치는 히메지성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경치를 빌려온다는 뜻의 '차경'에 대해 이 전까지는 건축물의 내부에서 보는 바깥의 풍경이란 의미의 차경이라 생각했었는데, 유리에 비친 히메지성을 본 순간, 내가 생각했던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큰 충격을 받았다.

 

 건축물의 다른 부분은 심심한 편이다. 단게 겐조의 작품에서 그간 특징으로 봐왔던 분절과 디테일이 두드러지지도 않았고, 내부 공간도 투박하고 평범한 편이다.

 

 효고 현립 역사박물관인 만큼, 효고현과 관련된 역사를 전시해놓았기에 둘러보기 나쁜 편은 아니다. 그리고 여기서 사무라이 갑옷을 입어볼 수 있었는데, 며칠만에 해보겠다는 사람이 왔다고 무려 두 분이나 오셔서 옷을 입혀주시고 말에 탄 사진도 찍어주셨다. 참고로 갑옷은 엄청 무겁다. 1층 로비에서는 히메지 성을 축소해놓은 모형을 볼 수 있다.

 

 건축 전공도 아니기에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히메지 성이라는 큰 아티펙트 앞에 박물관이 자태를 뽐내는 것도 부조화를 이룰 것 같다. 역사에 대한 존중을 위해 히메지 성과의 메타볼리즘을 꾀한건지, 박물관 자체가 히메지 성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범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건물이 히메지 성 하나로 정말 달라지긴 한다니깐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 떨어지는 건물이 히메지 성 옆에서 성의 모습과 주변의 푸른 녹음을 끌고 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으로 변모한다. 이런 신구 조화는 정말 대단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