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괜찮은 식당들
동남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도락. 태국이나 베트남은 식도락 자체만으로도 여행의 컨셉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데, 말레이시아는 유명한 음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선뜻 떠오르는게 없다. 그나마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싱가폴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상당한 식당들이 많지만, 여행지인 코나키나발루에는 그정도의 식도락까진 없다.

하지만 해산물 관련 식당은 유명한 곳들이 많고, 그 중에서도 나는 KK Garden 을 선택했다. 웰컴 시푸드나 가야도 유명하지만 이 곳이 구글 평점이 가장 높았고, 무엇보다 두리안 거리에서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식당은 더운 날씨를 직격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오픈식으로 구성되어있고, 업장 가운데에는 수족관 급의 어항이 마련되어 있어서 내가 먹을 해산물을 직접 보고 고르는 것도 가능하다.

시작은 버터 갈릭 새우. 생으로 먹든 쪄먹든 맛있는 새우를 튀겨서 버터와 마늘향을 물씬 느끼면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어찌 맛이 없으리. 새우도 신선하고, 버터를 채 썰어 튀긴 가니쉬(?)가 풍미를 더한다. 이런 메뉴는 동남아까지 여행왔는데 먹지 않고는 돌아갈 수 없다.

새우요리를 먹고 있다보니 두번째 메인으로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폴과 가까워서 그런지 칠리크랩이 상당히 유명하고, 그 외 다른 게요리도 종류가 다양한데, 나는 블랙페퍼크랩을 선택. 맛은 의심할 여지 없이 맛있는 맛이다. 게 살을 발라 볶음밥과 함께 먹으면 밸런스가 잡히면서 입 안이 즐거울 따름.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지만, 재료가 신선하고 조리 방법이 강렬해서 입이 즐겁다. 디저트까지 구비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KK 가든이나 웰컴 시푸드나 디저트까지 여유롭게 즐기는 곳은 아니고, 전투적으로 가성비있게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먹고 가는 곳에 가깝다.

배도 꺼트릴 겸하여 해안가 시장을 구경했다. 분위기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방문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대부분 현지인들인 것 같았다. 관광객들이 먹을 수 있는 식당들도 있지만, 식당들의 후기나 관리 상태가 시내에 위치한 제대로된 식당보다는 아무래도 떨어지고, 가격이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과일을 사먹기에는 시장이 탁월하다. 망고를 종류별로 사먹고, 코코넛에 망고스틴 등 보이는 과일 중 좋아보이는 것들을 모두 먹었는데도 지갑 부담이 없다. 한국에서 비싼 돈 주고 사먹던 과일만 먹다가 가격만 절반 이하로 낮춰버리니 만족도는 그야말로 극상.

시장은 활력이 넘치고, 현지인들이 방문해서 식재료를 사가는 모습들을 보니 퀄리티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생닭도 살이 잘 올라있고, 색도 신선해보였다.

동남아 음식들을 먹다보면 으레 강한 향신료에 지치는 순간이 있다. 그럴때는 할 수 있는 선택이 크게 두가지. 한식당에 가거나, 서양식을 먹거나.
나의 선택은 서양식 레스토랑. 햄버거와 스테이크로 잠시간의 동남아 여행에서 변주를 줘보기로 했다.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하나씩 주문하고, 칵테일도 주문해서 즐겨보니 확실히 쉬어가는 코너의 재미가 있다. 피쉬소스나 삼발소스의 강렬한 맛에 넉다운되기 직전이었던 혓바닥도 안정적인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만나니 확실히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내가 먹은 이 식당은 Souled Out 이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이마고 몰 한켠에 위치하고 있다. 이마고 몰 자체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해서 그런지 내가 갔을때 이미 혓바닥이 지친 한국인들도 몇몇 보였고, 유럽에서 온 여행객들은 입에 잘 맞는 음식을 만나 즐거운지 연신 맥주와 음식을 들이키고 있었다. 햄버거는 맛있게 먹었는데, 스테이크는 좀 실망스러웠다. 스테이크는 좀 더 잘 정비된 식당으로 가고, 햄버거류의 간단한 서양식을 즐기기에 더 어울리는 식당인 것 같다.

앞에서 해산물 식당이나 시장 과일 그리고 뜬금없는 양식집까지 얘기를 길게 한건 바로 이 식당 때문이다.
Guan’s Kopitam

단순히 나시르막, 커피 등등을 파는 깔끔한 식당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무려 삼발 카르보나라를 판다. 그리고 삼발 카르보나라는 정말 맛있다. 크리미한 소스와 삼발 소스의 감칠맛/매운맛이 잘 어우러져 코타키나발루에서 만나기 어려운 맛의 교향곡(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직설적인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을 즐길 수 있다.
깔끔한 카페에서 카야 토스트나 먹을까 하고 들렀던 곳인데, 삼발 카르보나라에 정말 만족해서 카야 토스트와 나시르막 등 다른 메뉴들도 시도해볼 수 있었고,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해준 식당이다. 코타키나발루에 두군데 있는데, 내가 방문한 곳은 제셀톤 포인트 쪽. 이마고 몰 근처에도 매장이 하나 더 있는데, 두군데 모두 평점이 좋은걸 보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여튼 이곳은 단순 추천을 넘어 매우 추천하는 식당이니 코타키나발루에 가실 분들은 꼭 들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