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토요시, 운치 있는 조용한 동네

구마모토 공항에 내려 차를 렌트하고 아소 산 구경을 한 뒤에 약 한시간 정도 남쪽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자그마한 도시. 이름도 낯선 히토요시.
도착 전날 비가 많이 오고, 도착 당일에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도시를 관통하는 강물은 많이 불어나있었다.

히토요시 동네를 낮에도, 밤에도 걸어봤는데 정말 할 일은 없다. 가게들도 꽤나 일찍 문을 닫는 편이고, 시내 중심부에 가더라도 구경거리나 놀거리, 무엇보다도 마실거리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도시의 백미는 여느 일본 도시에서 하듯 일본 음식과 술을 즐기는데 몰두하지 않는데 있다.
물이 좋으니 온천이 유명하고, 또 술이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서 샘솟는 좋은 물을 마시고, 담구고.. 물로는 꽉찬 코스가 마련되어있다.
나는 센겟츠라는 주조에 방문해서 술도 좀 사고 맛도 봤는데, 사실 술 맛은 잘 모르기에 있는 술 그저 좋다고 털어넣기 바빴다. 좁은 도시 안에서 어디든 걸어다니기 어렵지 않으니 오후 다섯시 전이라면 방문해서 시음과 저렴한 산지 직구입 술을 체험해보시길.

구마모토 현에는 또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우리는 구마몬이 귀엽다는 점과 구마모토 시의 거대한 아케이드를 떠올리지만, 구마모토 현의 유일한 국보가 바로 이 히토요시 시에 위치해있다.

천년신사이자 과거 일본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 아오이 아소 신사. 2020년 7월에 히토요시를 강타한 거대한 홍수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저 지붕은 지켜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 그런지 내가 방문한 평일 아침에도 한 일본인 부부가 기도를 의탁하려 왔다. 예전 미야자키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익숙한 북소리와 짤랑거리는 종소리.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세상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다.

히토요시 기차역에는 인형들이 나오는 시계탑도 있고, 열차박물관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 흔한 이자카야나 야키토리집 조차 찾기 어려운 작은 도시. 하지만 싫지 않다. 곳곳에서 배려심을 느낄 수 있는 족욕장이나 고즈넉한 분위기를 채우는 새소리. 모처럼 일상을 벗어났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히토요시에서 묵은 곳은 한국인 여성 분이 3대 안주인으로 계시다는 히토요시 료칸. 이에 대한 포스팅은 별도로 할 예정.
2년 전이었던가. 히토요시 인근 독채 숙소에서 혼자 잠을 청하던 때. 사수가 꿈에 나왔다. 그리고 지금도 잊기 어려운 꿈을 꾸었다. 2년이 지나 와이프,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온 히토요시. 여전히 조용하고 할 일 없는 곳이었다. 날씨 좋은 날에는 강에서 래프팅도 할 수 있다는데, 방문한 두번 다 그런 운이 닿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이 좋다. 사수를 마지막으로 본 곳이니깐. 그리고 내 남은 인생을 사는 내내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줄 그 한마디를 들은 곳이니깐.